이달의 예술가: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김양훈..."캘리는 내 마음을 나누는 최적의 도구"

김양훈 작가

SBS 한국어 프로그램 이달의 예술가: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김양훈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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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캘리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운 선과 정서를 호주사회에 널리 알려온 캘리그래퍼 김양훈(50)은 비비드 시드니에서 오페라하우스 지붕에 한글 캘리를 올리는 꿈을 품고 있다.


Key Points
  • 캘리그래피는 제한된 형식이나 룰이 없이 자유롭게 자신을 '그려내는' 행복감을 주는 예술
  • Covid로 모두 어려운 시기 응원 문구 나누면서 '한글 캘리' 호주 주류사회에 널리 알려져
  • 음력설 국회의사당, 블랙타운카운슬 태극기게양, Moon Festival, World Friendship Day 등
  • 'Vivid Sydney' 빛의 축제에서 오페라하우스 지붕에 '한글 캘리' 올리는 큰 꿈 품어
예술을 통해 주류사회와 소수민족의 간극을 좁히는 호주 내 한인 예술가를 조명하는 '이달의 예술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호 동포 예술인들을 만나봅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만 달려 있다. 철학자 헤겔의 말입니다. 마음의 주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남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살면서 누구나 하나씩은 마음의 문구를 가지고 살지요. 때로는 짧은 글귀 하나가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합니다.

유화정 프로듀서(이하 유화정 PD): 이달의 예술가 오늘 초대석에는 글자 하나하나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희로애락과 오감을 전하는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김양훈 작가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양훈 캘리그래퍼(이하 김양훈 작가):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이미 한인사회의 유명 인사이시지만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릴게요.

김양훈 작가: 네 안녕하세요. 행복을 전하기 위해서 유난을 떨며 사는 캘리그라퍼 김양훈입니다. 유난을 떨며 산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요. 보통 사람들보다 제가 반응이나 표현이 다르기 때문에 훌륭하다는 게 아니라 좀 특별하다는 표현을 제가 셀프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집에서 주로 작업을 하고 있고요. 수업도 하고 그리고 이스트우드에 있는 K 문화센터에서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글 수채화 캘리 수업을 하고 있는데요. 수업이라기보다는 사랑을 드리고 또 사랑을 받는 그런 그런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네 그 행복 기운이 저희 스튜디오를 통해 고스란히 청취자 여러분께 전해질 것 같은데요? (웃음) 캘리그라피, 캘리그래피로 쓰기도 하는데요. 현대자동차 SUV 모델명으로도 쓰일 만큼 일상에서 아주 친숙한 단어가 됐습니다. 보통 예쁜 손글씨라고 많이들 알고 있는데요. 제가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2004년에 나온 신어로 국립국어원에서는 '멋글씨 예술'로 순화했는데요. 이 캘리그래피 어떤 예술입니까?

김양훈 작가: 캘리그라피는 제가 아주아주 사랑하는 대중문화예술입니다. 예쁜 손글씨 맞고요. 멋글씨 이렇게 많이들 표현하시는데요. 글씨이기 때문에 '쓴다'고 이제 생각하시는데 저는 수업할 때 '그린다'라고 이야기를 드립니다. 전통 서예가 있는데요. 전통 서예는 만약에 '클래식'이라면 캘리그라피는 '재즈'라고 제가 한 말은 아니지만 아주 적합한 비유라고 생각을 해서 저도 이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룰이 많은 세상에 제한된 형식이나 룰이 없이 자유분방하게 표현할 수 있는 캘리는요. 이 행복감을 주는 예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골프나 테니스처럼 옷이나 장비를 구입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서 진짜 누구든지 시작하기 좋은 그런 예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캘리는 내 마음을 나누는 최적의 도구입니다. 따뜻한 말은 따뜻한 옷을 입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과 글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바라며 신중하게 작품에 임합니다.
캘리그래퍼 김양훈
그리고 예술·작가 이런 단어들이 생소하고 특별한 사람들만 예술을 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일반인들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해서 내 마음 내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고 또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예술 분야이기에 너무 아름다운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유화정 PD: 손글씨를 쓰는 일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요즘 시대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글씨체, 더불어 힐링이 되는 아름다운 예술 캘리를 배우고 즐기는 사람이 많이 늘어야겠습니다. 우리 김양훈 작가님은 호주 한인사회에 캘리그래피를 전도하신 주인공이시기도 한데요. 캘리를 처음 어떻게 접하게 되셨어요?

김양훈 작가: 제가 워낙 손으로 쓰는 글씨를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펜글씨 자격증을 가질 만큼 제가 쓰는 걸 너무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일기도 지금 30년째 계속 쓰고 있고요. 그리고 이제 제가 캘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이제 2007년도부터 POP부터 해서 캘리그라피를 쓰게 되었는데요. 그냥 제 취미생활이었고요. 주위분들에게 필요할 때만 쓰이다가 우리가 힘든 코로나라는 힘든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 시절에 나도 힘들지만 이 주위분들 특히 한인 사업자분들, 워킹 온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료로 나눔을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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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 아티스트 김양훈 작품
그러면서 각종 교민 행사할 때 교민들에게도 무료로 캘리를 나누어 드리고요. 또 제 유난 떨며 사는 이 성격 때문에 이 총영사관 민원실 직원에게 부탁해서 저희 교민들이 잘 볼 수 있게 민원실에서 좀 붙여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승낙을 해 주셔서요. 그러다 보니 제가 여러 매체에서 주목을 받게 되는 또 감사한 경험을 하게 되고 또 전시회도 열어주시고 제가 더 많은 뜻깊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화정 PD: 올 음력설에는 저희 SBS 방송사가 주관한 캔버라 국회의사당 음력설 축제에서도 축하 행사에서도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호주 전역에 알려주셨는데요. 캘리를 통한 대표적인 홍보 활동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었고 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 어떤 것이 있나요?

김양훈 작가: 일단은 제일 최근에 했던 그 캔버라 국회의사당 행사는요. 너무 기대되고요. 너무 뜻깊었던 그런 행사였습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잖아요. 제가 이렇게 행사를 하는데 줄을 쫙 서 있어서 저를 기다려주는 그게 너무너무 감동이었고 저한테 되게 큰 경험이었거든요.

유화정 PD: 그러면서 한글의 위상이 높아지고.

김양훈 작가: 네 그러면서 제가 무슨 연예인인양 저하고 같이 사진을 많이 찍어주셨거든요. (웃음) 그리고 기억나는 행사가 몇 개 있다면 유학 박람회 때 세계 여러 나라 학생들에게 행복의 문구를 한글로 전해드린 거, 그리고 또 하나는 펜리스 카운슬과 블랙타운 카운슬에서 태극기 개양 행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저도 애국가를 좀 불러보았거든요. 애국가가 울려 퍼진 후에 카운슬 이름을 한글 캘리로 써드려서 시장님께 전달했을 때, 또 하나는 이제 World Friendship Day에 호주분들과 한글 캘리 워크숍을 하면서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단소를 배웠었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설명할 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하면서 아리랑을 연주했고요. 또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라면 아는 노래를 또 들려드리겠습니다." 해서 강남 스타일을 제가 (웃음)

유화정 PD: 춤도 추셨어요?

김양훈 작가: 네 싸이의 마스크를 쓰고 한복을 입고 춤을 추었던 것 이런 것들이 너무 기억에 남고요. 또 Moon Festival에서 한국 대표 아티스트로 선정되어서 여러 나라분들에게 한글 캘리를 알렸을 때, 행사 하나하나가 진짜 모두 의미 있고 잊혀지지 않는 그런 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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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 국회의사당 뉴이어 퍼포먼스. 김양훈 작가
유화정 PD: 아우 저도 뿌듯합니다. 앞서서 본인도 힘들었지만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럼에도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먼저 살피는 이타적인 성품은 타고나신 건가 봐요.

김양훈 작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일을 시작한 건 사실은 남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제가 글씨를 쓰면서 너무 행복감을 느꼈어요. 내 주위 사람들도 "어 이렇게 쉽게 행복감을 느끼네?" 하는 마음에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한국에서 삼성에 다니면서 지금은 좀 시스템이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직원이라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던 양로원, 고아원 등의 시설에서 봉사활동 체험이 평범했던 제게 큰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했던 그 일은요. 큰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고, 또 제 존재감에 대해 다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하는 남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나를 위한 내 삶을 위한 봉사활동이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바뀌었어요.

그리고 이 나이에 지금 제가 반 백 살인데 타인으로부터 칭찬받을 일이 많이 줄어드는데요. 캘리그라피 하면서 주위에서 부끄러울 정도의 칭찬을 받고 보니까 저도 수업할 때 수업하는 분들에게 상장도 만들어 드리면서 칭찬하고 응원해 드리고 있어요. 근데 별것 아닌 거에도 감동받으시는 그분들을 보면 칭찬은 역시 최고의 친절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민 한 분 한 분 행복하게 해 드리면 그분의 가정이 그리고 그 교민 사회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호주 사회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저의 날갯짓이 큰 바람이 되길 감히 제가 이런 큰 꿈을 꾸고 산답니다. 그리고 주위분들이 처음엔 가족도 그렇고 주위분들이 "너 왜 이렇게까지.."

유화정 PD: 정말 왜 그렇게까지?

김양훈 작가: (웃음) 네 왜 이렇게까지 하니?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근데 내가 살아야 될 이 사회이고 호주 사회가. 그리고 내 아이가 더 나아가서는 제 손주 손녀도 살아가야 될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수채화 문구로 제가 자주 전하는 단어는요. "행복은 셀프다" 또는 "나는 귀해" "나는 소중해"라는 문구를 자주 전달합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칭찬하고 잘 돌보는 것 이것이 우리 교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다 같이 성공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유난 떨며 사는 저의 작은 바램입니다.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내가 살고 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곳이니까요. 우리 주위에 칭찬과 격려가 더욱 많아져야겠습니다. 이어서 호주 이민과 정착 과정의 얘기도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양훈 작가: 제가 첫 아이를 낳고요. 2개월 만인 2001년 12월 잊혀지지 않는 크리스마스이브 날 제가 도착을 했습니다. 대학 시절에 미국에서 공부했던 남편은 외국에서의 삶을 늘 꿈꾸었어요. 근데 제 여동생이 UNSW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었기에 우리는 신혼여행을 시드니로 정하고 여행 기간 동안 유학원을 다니며 정보를 좀 얻었었어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남편과 회사 생활을 하다가 첫 아이를 덜컥 임신하면서 이민 계획이 이민 실천으로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삼성에 8년 넘게 다니면서요. 제가 그만둔다고 했을 때 가족 그리고 물론 지인 모든 분들이 그렇게 반가워하지 않고 지지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편과 저는 주저 없이 호주 여행을 선택했고요. 그리고 경영학을 전공한 남편은 영주권을 갖기 위해서 회계학으로 대학원을 졸업한 후 우리는 호주 시민이 되었습니다.

유화정 PD: 그러시군요. 자녀들의 교육 문제. 많은 분들이 호주 이민을 선택하는 가장 첫째 이유인데요. 이제 자녀 두 분 모두 성인이 됐겠네요?

김양훈 작가: 네 아들 둘이 있습니다. 피아노를 시드니콘에서 전공한 큰아들이 올해 졸업을 했고요. 그리고 지금 또 둘째 아이도 지금 음악을 하고 있는데요. 콘트라와 첼로를 하고 있는 11학년 이렇게 작은 아들이 있습니다. 남편이 이 아들들을 장학생으로 하이스쿨에 입학시키면서요. 오로지 이제 아빠표 공부라는 게 소문이 나면서 학생들이 공부하러 오면서 저희가 공부방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의 성적이 좀 향상되고 정서적인 면도 함께 좋아지면서 우리는 학생들의 가족과 한 배를 탄 공동육아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부모님들과.

그래서 우리는 늘 제 상호가 '매직 펜슬'인데요. 매직 펜슬 패밀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코비드로 지금은 안 하지만 그때 연락이 이제 인연이 되었던 모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은 저에게 너무 보물 같은 사람들이에요. 지금도 연락하고 왕래하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함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내준 무한한 신뢰가 아니었으면 호주 생활이 참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캘리그라피를 열심히 했던 계기도 그들에게 끊임없이 감사와 또 고마움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에 제가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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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 아티스트 김양훈 작품
유화정 PD: 맞습니다. 호주에서는 작은 인연도 아주 참 소중하게 다가오죠. 크게 공감합니다. 지난해에는 캘리 수강생들의 전시회가 열렸다고요? 가르치는 선생님도 또 배우는 학생도 엄청 뿌듯했겠어요.

김양훈 작가: 네 너무 행복하고 보람 있는 시간들이었어요. 시니어분들과 크리스마스 때 전시회를 했는데요. 60대부터 80대까지 전시회를 했습니다. 감정적으로 많이 위축되는 나이이기도 한 우리 부모님 세대인 시니어들이 제 내 인생에 이런 전시회를 하다니 하며 들뜨기도 하고 손녀 같은 모습들을 보여주셨고요. 그리고 그분들의 성장한 아들 딸 그리고 손주들에게 엄마의 이 할머니의 새로운 도전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내가 더 뭉클했던 그런 소중한 전시회였습니다. 그리고 K 문화센터 센터장님들 그리고 한호 일보 또 사진작가님 등 많은 분들의 마음을 합하여서 시니어분들의 새로운 가능성과 행복을 위해 동참해 주셨습니다.

이렇듯 한글 캘리를 하면서 감사한 경험들을 너무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런 감사함을 많은 분들에게 돌려드리고 나눠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곳에 사시는 시니어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나의 미래의 모습이니까요.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이 수채화 캘리를 통해서 내면의 목소리와 마주하며 조금은 삶의 위로를 받기를 좀 바랍니다. 제가 켈리 작가로 살아보니까요. 이런 말을 전하고 싶어요. 한국 CF 광고로 쓰였던 말인데요. "야! 너도 예술할 수 있어!!" 평범했던 가정주부인 나도 했으니까 이런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끔 이제 아이들 수업도 하는데요. 여러 단어를 제시하고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는 단어를 3개씩 골라서 우리 캘리로 써보고 왜 그 단어를 선택했는지 이야기해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좀 알아보는 시간을 가끔 갖는데요. 간혹 가다가 아이들이 이렇게 돈을 쓰기도 해서 저희가 막 웃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단어이기도 하니까요. (웃음)

유화정 PD: 아니 아빠 엄마가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에 이 돈의 소중함을 일찍 깨우칠 수도 있어요.

김양훈 작가: 그리고 수업할 때 저희가 또 꼭 써보는 것이 가훈을 만들어보는 시간도 갖습니다.
네 가훈을 한국어로 써서 붙여놓으면요. 가족들의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그 가훈 안으로 가는 것 같다는 이 부모님들의 말이 참 감사합니다.

유화정 PD: 한글 캘리그래피 외국인들에게도 굉장한 매력으로 꼽히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K-컬처의 일환으로 이 세계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싶어요.

김양훈 작가: 네 확실히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걸 저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뜻깊은 여러 행사에 다니면 한글을 이렇게 한 획 한 획 쓰며 지켜보는 외국인들이 정말 놀랍게도 "와~~ 한글 너무 예뻐요!" 하며 한국인보다 더 한글을 좋아해 주는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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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타운시 태극기 게양행사 캘리 퍼포먼스
외국 캘리에 비해서 한글 캘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이 아름다운 언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이 조화롭게 어울려서 한국 특유의 아름다운 선과 정서가 한국인인 우리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런 매력을 외국인들이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한글이 예쁘다는 생각을 저는 한국인인 나는 부끄럽게 많이 해본 적이 많지 않은데요. 외국인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한글의 고마움을 너무 느끼고요. 독립운동하듯이 한글을 지켜나가고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행사 가면 오히려 저에게 제가 영어가 유창하지 않지만 한국말로 말하려고 애를 쓰는 외국인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대구 부산 서울 지명을 말하면서 "저 가봤어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한국을 가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외국분들의 영어 이름을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예쁘게 옮겨드리면요. 이렇게 소중한 보물을 들고 가듯이 받아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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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ustralia Day에 Five Dock 공원에서 열린 한글 캘리 행사
특히나 K-POP의 영향으로요. BTS·블랙핑크·엑소 등등의 이름을 한글로 좀 써드리면 요즘은 뉴진스도 있고요. 그들의 팬심을 제가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드리는 것 맞습니다. 또 저도 잘 모르는 멤버 이름들을 다 알고 계신 것이 참 신기하고 저는 잘 몰라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가요 프로를 또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엑소 멤버 전원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서 한 중동 아가씨에게 드렸을 때 가슴에 품고 막 감동해서 울먹이는 그 모습은 저한테는 너무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웠던 감동이었고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행사할 때 처음에는 한복이 없어서 입지 않았는데요. 한복을 입기 시작한 것도 그분들에게 최대한 이 한국의 정서를 좀 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우리나라 삼합 좋아하는데요. 한글·한복·나의 미소 이렇게 삼합처럼 어울리게(웃음) 그래서 땅은 작은 나라지만 큰 문화유산이 있는 나라라는 걸 이제 이렇게 커서 외국에 나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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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회의사당 New Year 행사 오른쪽부터 Mr. Russell Broadbent MP, 김양훈 작가, Ms. Dai Le MP
유화정 PD: 우리 작가님은 한글 캘리에 수채화로 글귀와 잘 어울리는 그림도 넣으시던데요. 제가 인상에 남는 작품으로 "그깟 빵쪼가리로 되겠어? 엄마는 오늘도 밥을 챙긴다"라고 쓰시고 햄버거 하나를 그려 놓으셨더라고요?

김양훈 작가: 아무래도 제 경험과 정서가 많이 들어간 그림과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골목에서 뛰어놀다가 엄마가 "양훈아~ 밥 먹어라~~~" 하는 소리는 참 여러 가지 행복한 정서를 불러왔던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요. 하루 종일 바빴을 때 왠지 끼니를 챙겨주는 이가 없었을 때의 그 헛헛함은요. 가족들과 함께 살지 못하는 이곳에서 종종 너무 크게 슬픔이 물려옵니다. 그래서 다른 지인분들에게도 힘들어도 참자 뭐 이런 말보다는 "밥 먹었니?" 또는 "밥을 잊으면 안 된다" 또는 "아무리 힘들어도 밥을 먹고, 자고 일어나면 어떻게든 된다" 이런 문구들을 전달하면요. 어릴 적에 엄마의 챙김을 받는 아이처럼 행복하고 뭉클해진다고 다들 말씀하세요. 이민 생활하시는 모든 분들이 각기 다른 환경으로 사시지만 한국 음식 엄마 밥이라는 공통된 단어를 들으면 좀 목메이는 그리움이 있으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유화정 PD: 맞아요. 칠순 팔순이 돼도 엄마 밥이 가장 맛있고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말씀들을 저도 주위에서 많이 듣는데요. '엄마 밥'이라는 단어에서 저도 순간 뭉클하네요. 캘리 작업에서 글씨체에 대한 디자인 감각이나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글씨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보니 인문학적인 그 폭넓은 감성이 밑바탕이 돼야 될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이쁜 말 고운 말 용기를 주는 말 평소에 많이 기억하고 메모해 두시나요?

김양훈 작가: 네 물론 집에 책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만 책만 읽는 건 아니고요. 책이 도움이 많이 되지만 전시회나 뉴스 그리고 노래 가사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아니면 요즘에 또 좋아하는 '그래요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런 가사 등을 제가 많이 적어드리거든요. 그래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도 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캘리그라피는 저에게 몰입이라는 좀 행복감을 주기도 하고요. 부모님의 나누면서 살라던 당부의 말이 늘 뭔가 숙제 같았습니다. 근데 캘리는 내 마음을 나누는 최적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따뜻한 말'은 '따뜻한 옷을 입는 것'과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 말과 글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바라며 아주 신중하게 작품에 임합니다.

유화정 PD: 끝으로 질문드려볼게요. 캘리를 통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바람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김양훈 작가: 저는 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뭐가 하고 싶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캘리를 써서 나누어 드린 것이 5천 장이 좀 넘어가는 것 같아요. 2024년 새해에만도 제가 용 그림을 프린트해서 한 것만도 1천 장이 넘어가거든요. 그래서 말과 글이 주는 힘은 확연히 다르다는 거 그리고 캘리그라피를 통해서 글이 부여하는 긍정적 경험을 많은 분들이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핸드폰 충전도 신경 쓰시면서 마음의 충전도 한글 캘리로 충전해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좀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외국인들에게도 한글 캘리를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더더욱 생겼습니다. 요즘 비비드 시즌이거든요. 5월 24일부터 6월 15일까지 하고 있는데요.

매년 비비드 축제에서 하이라이트인 오페라하우스의 지붕 위를 형형색색의 빛과 다양한 모양으로 물들이는 축제에서 언젠가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그 지붕 위를 윤동주 님의 시, 아니면 아름다운 단어로 덮어보고 싶습니다. 제 개인의 힘으로는 절대 안 될 일이겠지만 저는 항상 꿈은 크게 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감을 또 잘 받아들이고 또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 딸 그리고 엄마 아내의 역할을 잘 해냈으니까 이제는 가장 나다워지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아니라 적절히 잘 쓰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양훈 작가 이달의 예술가 스튜디오
이달의 예술가 캘리그래퍼 김양훈(왼쪽), 대담 진행 SBS 한국어프로그램 유화정 프로듀서(오른쪽)
유화정 PD: 네 박수드립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지붕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우리 윤동주 시인의 그 절절한 시 한 편이 오를 그 대망의 날을 저도 기대해 봅니다. 오늘 귀한 시간 곱게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김양훈 작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호주 한인사회에 캘리와 행복을 전파하는 캘리그래퍼 김양훈 작가님, 진행에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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