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월세보다 저렴"…미 버클리대생 1년간 비행기 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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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International Airport, in Los Angeles, California, USA. Source: 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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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버클리 대학원생이 미 실리콘밸리의 비싼 주택 월세 대신 LA에서 주 3회 비행기로 통학해 화제다. 1년 동안 비행기 통학에 든 비용은 연간 임대료의 6분의 1 수준이다.


Key Points
  • 샌프란시스코 비싼 임대료에 1년간 비행기 통학 결정
  • 한 주 3번 새벽 3시 반 기상, 비행기 통학 후 자정 귀가
  • LA-SF 통학비 연 700만 원… 연간임대료의 6분의 1 수준
  • 부모 살던 집 팔아 자식 집 사준다… 뱅크 오브 맘 & 대드
전 세계적으로 치솟는 물가·금리·집값에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실감됩니다. 최근 외신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살인적인 집값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 통학’을 선택한 UC버클리 학생의 사연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지난 1년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통학하는데 쓴 돈은 미화 약 5천600달러로 이는 학교 주변 월세 임대료의 6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값비싼 월세 대신 로스앤젤레스에서 비행기로 통학을 감행한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 대학원생의 사례 어떤 사연인지 짚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비행기를 타고 통학, 얼핏 들으면 억만장자 재벌 집 자녀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통학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실제는 정반대의 동 떨어진 얘기라고요?

유화정 PD: 네 이 믿기지 않는 실화의 주인공은 지난해 1년 과정의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 공대 석사 프로그램에 합격한 빌이라는 이름의 대학원생입니다.

빌은 학교가 위치한 실리콘 밸리 인근의 자취방을 알아보다 초고가의 집세에 놀라 차라리 현재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비행기로 통학을 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이유는 애초 1년 과정의 단기 석사를 마친 후 LA로 돌아올 계획이었고 더구나 학교 근처의 비싼 렌트비를 감당할 여유가 없었다고 레딧 닷컴에서 밝혔습니다.

진행자: UC버클리가 있는 오클랜드(Oakland)를 포함한 실리콘밸리의 집값은 미국에서도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한데, 실제 임대료가 어느 정도인가요?

유화정 PD: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 연간 소득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인 가구는 저소득층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주택 임대료도 미국에서 단연 비싼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의 부동산 정보 사이트 질로우에서 버클리대 일대의 방 하나 있는 집을 검색했을 때 월 임대료가 2000∼3000 달러(약 264만∼396만 원) 대인 것을 고려하면 빌의 통학 비용은 연간 임대료의 4분의 1, 또는 6분의 1 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반면 지난해 12월 기준 LA 지역 동일 규모 방의 평균 임대료는 1814달러였습니다. 따라서 빌이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려면 매달 1000달러 정도를 더 써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진행자: 집이 있는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원거리 통학을 할 경우 몸은 힘들지만 지출은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건데, 미국은 원거리 자동차 이동이 보편화된 나라인데 자동차 통학은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었나요?

유화정 PD: 자동차를 운전한다면 편도에만 5~6시간 걸리는 거리입니다. 물론 한 번도 쉬지 않고 냅다 달렸을 때 걸리는 시간입니다. 수업 후 다시 대 여섯 시간을 자동차로 달려 집으로 오는 건 상식적으로도 무리 아니었을까요.

학교 가는 날이면 빌은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LA 공항으로 이동, 6시에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해 8시 30분쯤 베이 지역고속전철(BART)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수업은 오전 10시 정시 수업이었고, 종일 수업을 들은 뒤 아침과 반대의 경로를 통해 집에 돌아오면 자정 무렵이었습니다.
Students are seen working at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 in Sydney, Tuesday, August 7, 2018. (AAP Image/Erik Anderson) NO ARCHIVING
Students are seen working at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 Source: AAP
진행자: 듣고 보니 비행기 통학도 결코 쉽지 않았네요. 한 주 내내 매일 반복되는 일과였나요?

유화정 PD: 대학원 생이었던 빌은 방학을 제외한 학기 중 일주일에 3번 이상
공항과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오갔습니다. 교수와 동급생들 모두 빌이 '슈퍼 통근자(super commuter)'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오늘 저녁 뭐 먹어?"라고 묻는 대신 "돌아가는 비행기가 언제니?"라고 묻곤 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통학에 소요된 비용이 5천500달러를 조금 웃도는 정도였다면서요.  LA~샌프란시스코 구간 비행 거리는 1시간 30분 남짓이고 아무리 국내선 짧은 구간이라 해도 일주일에 3번 이상 을 왕복 비행했는데 과연 그 금액이 가능한 건가요?

유화정 PD: 빌은 지난 1년 동안의 통학에 비행기 통학에 총 5592.66달러(약 737만 7000원)를 썼습니다. 이 기간 중 빌은 총 238번의 비행기 탑승에 14만 8302.88Km을 여행했습니다.

그가 이용한 알래스카 항공은 무료 업그레이드로 많은 도움이 됐는데, 항공 티켓 구입에는 2413달러와 비행기 통학을 하며 쌓은 마일리지를 썼습니다. 실제로 빌은 이렇게 비행기로 통학해 보니 비싼 월세를 치르는 것보다 훨씬 돈이 적게 들었다며 흡족해했습니다.

물론 그에게 돈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욜로(YOLO)'와 누구도 전에 해보지 못한 뭔가를 해보려는 시도’였는데, 다행스럽게도 한 번도 수업을 빠지지 않고 이를 성취한 것에 대해 그는 크게 기쁘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욜로(YOLO), 이전 컬처 시간을 통해서도 짚어본 용어인데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의미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따 YOLO죠.  또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무리를 가리켜 욜로족이라 부르고 있고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인생은 한 번뿐이므로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 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비하거나 노후를 준비하기보다 ‘현재의 즐거움’에 집중하고, 먼 훗날의 안녕보다 현재 본인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로 풍족한 시대에 태어난 청 장년의 젊은 세대가 주를 이룹니다.

욜로족은 욜로 라이프를 쫒는 사람들을 칭하는 용어로 지금의 삶을 돈이나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즐기는 사람들을 통틀어 욜로족이라고 부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짚자면 내 집 마련이나 노후 자금 준비보다 지금 당장 현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취미, 여행, 자기 계발 등을 찾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진행자: 값비싼 월세 대신 비행기 통학을 감행한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 대학원생의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임대료 전쟁은 시드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죠. 최근 시드니 일부 지역의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세입자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있다는 보도가 잇달았는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지난 1년여 사이 시드니 일부지역 주택 임대료가 급격하게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한 주택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데, 단독주택은 물론 유닛 임대료 역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드니 일부 교외지역 임대료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한 주에 수백 달러가 올랐습니다. 세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시드니 도심 인근을 비롯 특히 해안 특정 교외지역의 경우 한 주에 최대 500달러까지 인상됐는데, 임대료 상승폭이 가장 큰 일부 교외지역은 해외에서 유입된 이민자들로부터 인기 거주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합니다.
APARTMENT HOUSING STOCK
임대난이 심화하면서 필수직 근무자들의 생활고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ource: AAP / MICK TSIKAS/AAPIMAGE
진행자: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국경 폐쇄가 단행되었을 당시에는 급격한 임대료 하락을 보였잖습니까.  현재는 다시 상승해  오히려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는데, 임대료 상승 속도가 최근의 소비자 물가지수를 넘어서고 있어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전국 부동산 중개회사 체인의 선임 경제학자 디아스와티 마디아스모 박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동안 임대료 상승 속도가 소비자 물가지수를 넘어서고 있고 이는 조만간 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마디아스모 박사는 팬데믹 사태 하에서 높은 건축 비용과 노동력 부족으로 신규 주택건설 프로젝트가 연기 또는 포기되면서 임대주택 부족이 악화됐다면서, 이민자 유입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증가한데 반해 공급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더 멀리 주거지를 옮기거나 더 작은 규모의 주택 혹은 공유 주택을 찾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주택은 주거를 위한 생활의 필수요소이고 사람은 머리 위에 지붕을 가질 자격이 있다' 이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임대료가 껑충 뛰면서 집값 상승 폭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인데, 자녀의 주택 구입을 위해 집을 파는 부모들도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유화정 PD: 집값이 일시 하락한다 해도 워낙 거품이 된 집값은 자녀 스스로 돈 모아 마이 홈을 장만하는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아무리 연봉이 높다고 해도 학자금 융자나 다른 페이먼트를 하다 보면 집값의 20%에 해당되는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몇 년 내에 모은다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기 때문인데요.

집이 있는 부모들 중 상당수가 다운사이징을 하면서 남는 자금을 자녀에게 증여해서 집을 사도록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내 집마련을 위해 부모의 여윳돈에 의지하려는 자녀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보다 더 좋은 뱅크는 바로 '뱅크 오브 맘 & 대드 (Bank of Mon & Dad)' 아닐까요!

진행자: 치솟는 임대료에 비행기 통학을 감행한 미 대학원생의 사례를 짚어보면서 현재 시드니의 임대료 상황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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