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경일 변호사, 8월 도입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관련 직원과 고용주에 대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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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 Lawyers' 홍경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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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공정근로법의 개정으로 오는 8월 26일부터 정규 근무 시간을 넘어선 시각에 고용주가 연락할 경우 직원들이 연락을 거부할 수 있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가 시행된다. 홍경일 변호사가 이 권리의 법적 적용 기준과 소규모 사업체가 특히 유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Key Points
  • 연결되지 않을 권리, 8월 26일부터 정규 근무 시간을 넘어선 시각에 고용주가 연락할 경우 직원들이 연락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 합리적인 연락,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 업무의 성격, 그리고 직원의 급여나 책임 수준 등 많은 요소 고려
  • 소규모 사업체, 1년의 유예기간을 통해 꼼꼼히 준비할 것
나혜인 PD: 올 초 호주의 공정근로법이 개정됐습니다. 이 개정안을 통해 제정된 변경 사항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 또는 ‘단절될 권리’ The Right to Disconnect’ 인데요. 정규 근무 시간을 넘어선 시각에 고용주가 연락을 할 경우 직원들에게 연락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권리가 오는 8월 26일부터 실시되는데요. 과연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이런 새로운 권리는 어떤 의미를 주게 되고, 또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고용주들은 어떤 부분을 유의해야 하는 걸까요?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자세한 소식 법무법인 H&H의 파트너인 홍경일 변호사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홍경일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홍경일 변호사:네, 안녕하세요, H & H Lawyers의 홍경일 변호사입니다.

나혜인 PD: 먼저 홍 변호사님 연결되지 않을 권리(The Right to Disconnect)부터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홍경일 변호사:  네,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영문 그대로 ‘Right to disconnect’라고도 많이 알려져 있고, 해당 권리는 말 그대로 직원이 정규 근무 시간 외에 고용주 또는 다른 업무 연락에 응답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요. 잘 아시다시피 스마트폰이나 네트워크 환경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업무 시간이나 업무 장소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이 업무시간 외에도 이메일이나 메세지 등을 통해 업무 환경에 상시적으로 노출됨으로써 근로자들의 사생활이나 여가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프랑스에서 최초로 법제화되었는데요. 최근 호주의 공정근로법(Fair Work Act 2009 (Cth)) 개정안이 이 권리를 법으로 도입하면서 호주에서도 다음 달부터 적용될 예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관계에 있는 고용주뿐만 아니라 직원분들도 해당 권리의 내용을 숙지하고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그러면 고용주는 언제 직원에게 연락을 할 수 있고, 직원은 언제 해당 연락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 기준이 애매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홍경일 변호사:  네 .다음 달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시행되면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한 분쟁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고용주의 업무 시간 외 연락이 합리적이었는지, 또는 직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 행사가 적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 아마도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 합리적이고 적정한 기준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는데, 개정 공정근로법은 고용주로부터의 연락이 합리적이고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보면서, 고용주 연락의 긴급성, 초과근무의 보상 여부, 해당 근로자의 업무 성격이나 업무상 지위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연락을 할 수 있는 상황과 연락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생각보다 많네요, 그럼 만약 고용주가 직원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였다면 고용주는 어떤 조치를 받게 되나요?

홍경일 변호사:   아직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합리적인 연락’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없기 때문에 , 직원분들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행사와 관련해서 고용주에 대하여 불만이 있는 경우에는 Fair Work Commission (호주의 고용노동부/ 노동청)에 바로 신고를 하기기 보다는 사내 내부 협의를 통해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먼저 고용주와 같이 협의를 하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만약 사내에서 불만이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호주 Fair Work Commission (공정근로위원회)에 stop order (중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데요. 이는 만약에 고용주의 업무시간 외 연락이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고용주에게 이를 중단하도록 하는 명령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직원의 연락되지 않을 권리의 행사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오히려 직원에게 이를 중단하도록 하는 명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혜인 PD: 많은 상사 분들이 이왕이면 근무 시간 외에 연락을 하지 않으려고 이미 노력을 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꼭 필요해서 했다라는 이유를 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상사가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연락은 어떤 게 있을까요?

홍경일 변호사:  아까 잠시 간략히 말씀드렸는데 합리적인 연락의 판단 기준은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 업무의 성격, 그리고 직원의 급여나 책임 수준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요.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판례도 없기 때문에 고용주분들은 법이 정한 다섯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첫째 연락을 한 이유나 긴급성 정도, 둘째 어떠한 연락 방법을 취했는지, 셋째 근로자에게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이 있는지 여부, 넷째 해당 근로자의 업무 성격, 그리고 마지막으로 근로자의 개인적 상황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아마 많은 분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우선 답변부터 말씀드리면 고용주가 직원에게 정규 업무시간외 연락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무조건 금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즉 고용주는 상황에 따라 직원에게 업무시간 외 연락을 할 수는 있지만, 해당 직원은 업무와 연관된 해당 연락을 거부할 권리가 있을 뿐입니다.

홍경일 변호사:  네, 법에서 고려 요소를 정하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어떠한 특정 상황에 따라 모두 달리 판단될 수 있을텐데요. 예를 들어서 만약 회사에 긴급한 위급 상황이 발생하여 기업의 고위 임직원에게 업무 시간 외 연락하였다면 이는 해당 근로자의 업무 성격이나 책임 수준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겠지요. 하지만 한 조직의 행정 담당 직원에게 긴급성을 이유로 업무 시간 외에 수차례 연락을 하였다면 이는 합리적인 연락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다소 낮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근로자의 직급에 따라서 합리적인 연락의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고, 만약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의 직종은 일반 근로자보다는 연락의 긴급성 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예시 역시 해당 상황에 따라 모두 달리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방금 말씀드린 법에서 고려하는 다섯가지 요소를 숙지하고 계시는 것이 본인의 판단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혜인 PD: 이미 법으로 개정이 됐기 때문에 각 기업에서는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는데요.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홍경일 변호사: 제가 처음에 말씀 드렸다 싶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고용주가 직원에게 업무 시간 외에 연락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권리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직원에게 업무 시간 외에 연락을 절대 하면 안된다 이렇게 대응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사내 교육 등을 통하여 기존의 업무 관행이나 정책 등을 어떻게 변경할 수 있는지 사전에 검토하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서 현재 사용 중인 근로계약서나 직무 설명 등에 업무 시간 외 근무에 대하여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미리 살펴보시고 해당 사업장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잘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시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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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 Lawyers 홍경일 변호사 Source: Supplied / Ken Hong
나혜인 PD: 아마 큰 기업들은 모든 것이 메뉴얼로 작성해서 잘 시행을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문제는 소규모 업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우리 호주 한인 사회는 소규모 업체들이 많은데요. 이 분들은 어떤 고민이 있으실까요?

홍경일 변호사: 네, 아무래도 소규모 업체의 경우에는 해당 권리에 대해서 내규화하거나 따로 사내 교육을 하시지 어려운 상황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해당 권리에 대해 모르시는 고용주분들과 직원간의 잠재적 분쟁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개정 공정근로법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서 15명 미만의 소규모 기업의 경우에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소규모 기업은 다음 달이 아니라, 1년 뒤인 2025년 8월26일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시행됩니다. 따라서 1년의 유예기간 동안 해당 권리의 내용을 숙지하시고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혜인 PD: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호주에서 처음 시행된 것은 아니죠? 이미 몇몇 국가에서 시행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이런 조치가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평가인가요?

홍경일 변호사:  네,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프랑스, 스페인 등 EU 국가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브라질 등등 많은 국가에서 이미 시행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관한 많은 리포트들이 해당 권리가 법제화되어 시행된 후로 10명중 8명의 직원들이 현재 working condition에 매우 만족스럽다고 응답한 것으로 분석되었고, 특히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 29%의 직원들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답변하였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침해시 고용주에게 형사처벌까지 부과하고 있어서 보다 더 근로자들의 사생활이나 프라이버시가 강력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데요. 이처럼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혜인 PD: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관련 좀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홍경일 변호사: 네.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우선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업무 시간 외 연락을 자제하는 것부터 시작될 수 있을텐데요. 그 외에도 이를 실질적으로 유용하게 사업장에 적용하려면 업무 시간 외에 메일을 수신할 경우에는 자동 응답 기능을 설정한다든지, 또는 업무 시간 외에 메일을 발송하더라도 메일 발송 지연이나 휴가자에 대한 메일 자동 전달 기능을 도입 한다든지 하는 기술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혹시라도 이러한 기술적 조치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메일 하단에 단순히 ‘내일 업무시간에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구요. 또는 업무용 전화를 사용하거나 본인 전화에 ‘silent mode’ 설정을 통하여 업무 시간 외에는 수신을 차단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혜인 PD: 네. 오늘은 오는 8월 26일부터 시행되는 호주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 법무법인 H&H의 홍경일 변호사님과 함께 알아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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