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해녀들의 섬’ 작가 리사 시(Lisa See)의 눈에 투영된 제주 해녀들의 일평생

Lisa See, the author of ‘The Island of Sea Women’

Lisa See, the author of ‘The Island of Sea Women’ Source: Patricia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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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열린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의 북클럽 행사에 제주 해녀들의 오랜 이야기를 다룬 ‘해녀들의 섬’이 소개됐다. 이 소설을 집필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사 씨 작가는 중국계 혼혈로 400명이 되는 중국계 대 가족들 틈에서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랐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유교적인 가르침을 받아왔으나 이를 벗어나려고 했고, 전통적인 유교적 여성상을 따르지 않는 한국의 해녀들과 깊이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행자: 2019년에 출간된 제주도 해녀들을 다룬 소설 ‘해녀의 섬(The Island of Sea Women)’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리사 씨( Lisa See) 작가가 집필했습니다. 이 소설은 1930년대 일제 시대를 시작으로 4.3사건, 한국전, 산업화, 민주화 등을 겪고 휴대전화와 웻 수트를 착용하는 2008년까지 긴 역사를 그대로 관통해 온 해녀 2명의 삶을 따라갑니다. 매년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은 1년에 4차례 가량 영어로 출간된 우수한 한국문학 작품 또는 한국 문화를 다룬 작품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북 클럽 프로그램을 개최하는데요. 지난 25일 진행된 올해 첫 북 클럽에서 ‘해녀의 섬’이 다뤄집니다. 이는 현재 호주국립해양박물관에서 “제주 해녀, 바다의 여인들”이라는 전시가 진행되는 것과 같이 마련됐는데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리사 씨 작가 나혜인 프로듀서가 연결했습니다.


 Highlights

  • 우연히 잡지에서 접한 해녀들에 대한 사진과 짧은 글.
  • 유네스코가 해녀 문화가 곧 멸종될 것이라며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하며 집필을 서두르게 됨.
  •  UCLA  도서관에서 찾은 학위 논문 등의 자료, 제주 4.3 사태에 대한 인권 보고서가 집필에 큰 도움.
  • 제주도에서 만난 해녀들, 항상 죽음과 맞닿아있지만…늘 농담을 하는 강인한 여성들.
  • 중국계로 유교 문화를 배우며 자란 작가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벗어난 제주 해녀들에게 깊이 연결된 듯한 느낌을 가짐…
  • 해녀들의 용기, 인내가 독자들에게 큰 영감을 줌…

나혜인 피디: 리사 씨 작가님, 안녕하세요?

씨 작가: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혜인 피디:현재 미국에서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 미국 상황이 많이 안 좋았는데요…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계시나요?

씨 작가: 네. 아마도 아시겠지만 팬데믹으로 아주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왔습니다.  제가 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50만 명이 사망했고, 아주 힘든 겨울을 보냈습니다. 400명 당 한 사람이 죽은 셈이죠. 이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저도 백신을 접종 받았고요. 제 아들도 백신을 맞았습니다. 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제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허그를 받았어요. 이제 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켰죠. 조금 더 나아지기 시작한 시기가 왔다고요. 하지만 미국은 호주처럼 잘 해내지 못했어요. 많은 국가들이 호주의 상황을 부러워하죠.

‘해녀들의 섬’의 시작… “해녀 문화가 멸종되기 전에…”

나혜인 피디: 이제 본격적으로 소설 ‘해녀들의 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죠. 이 소설이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출간됐습니다. 호주에서는 아직 이 소설에 대해 생소하신 분들도 있으실텐데…간단히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The Island of Sea Women
The Island of Sea Women Source: Supplied
씨 작가: 네. 아무래도 제가 어떻게 해녀를 처음 발견했는지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약 10년 전이었어요. 병원에서 의사를 기다리며 잡지를 넘기고 있다가, 해녀에 대한 작은 문단, 작은 사진을 우연히 봤어요. 전 당장 그 페이지를 찢어서 집으로 가지고 왔어요. 저는 심지어 그때에도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전 책을 쓰기 전에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먼저 많은 아이디어들을 수집하고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미루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정원을 가꾼다거나 영화관에 가거나 테니스를 치지만 전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요. 그리고 제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 UCLA에 가까이 살기 때문에 연구 도서관을 찾아가서 천천히 해녀에 대한 자료들을 모았죠. 그런데 5년 전이었어요. 유네스코가 해녀를 인류 무형 문화 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일이 있었습니다. 유네스코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 중의 하나는 유네스코가 이 해녀 문화가 15년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니 지금으로부터는 10년 뒤네요. 많은 해녀들이 70대, 80대 후반, 90대 초반이세요. 그런데 80대 후반, 90대 초반인 분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5년, 10년, 15년을 기다리게 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성이 커요. 그래서 갑자기 이 일이 제게 당장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 돼 버렸죠. 당장이라는 것은 수 년 내, 그 시간이 지나가기 전이라는 뜻이에요. 전 제가 이 일을 그때 했다는 것이 아주 감사해요. 만약 작년까지 기다렸다면 하지 못했을 거고, 올해도 아마 그렇게 됐을 테고, 내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해녀들의 용기, 인내에 감동받았죠…”

그런데 제가 해녀들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첫째, 이들의 육체적인 용기였어요. 깊은 숨을 들이 마쉬고 60피트 아래로 내려가, 단 한번의 숨으로 내려가서 2-4분을 견디고 해산물을 채취해요. 이분들은 가족을 이끄는 가장이었고, 남편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요리를 하고, 연로한 가족들도 돌봤죠. 여성 중심의 사회였어요. 전 아주 놀랬어요. 그들의 용기, 인내에요. 해녀에 대한 육체적인 용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리적인 용기로 바뀌게 됐어요.

나혜인 피디: 많은 한국 독자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한국 역사에 대한 작가님의 깊은 지식과 제주 방언에 대한 이해 등에 감탄하곤 하는데요. 어떻게 이런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실 수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한국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시는 연구자분들의 대 부분이 영어로 된 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잊지 않으시는데요. 작가님은 이런 어려움이 없으셨나요?

해녀들에 대한 자료 수집, 제주 4.3 사태 인권 보고서 큰 도움…

씨 작가: 네 맞아요. 영어로 된 자료가 정말 없어요. 하지만 그것 외에도 미국에서는 한국전의 타이밍 때문인 것 같은데 제가 자랄 때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제가 초등학교에 다녔을 때 세계사 시간 한국 전쟁은 늘 학년 말에 배웠는데요. 아마도 선생님들도 그때는 피곤해서 거의 그냥 지나쳤던 것 같고, 고등학교 때도 대학 때도 한국 전은 거의 넘기고 바로 베트남 전쟁으로 갔어요. 그게 실제로도 그랬기 때문이겠죠. 전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정말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자료는 계속 찾다 보면 찾을 수 있어요. 제가 UCLA 근처에 산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전 가끔 그곳에 가서 학위 논문들을 찾아봐요. 거기서 출판되지 않은 논문을 찾았는데, 1960년대 말에서 1970년 대 초까지  제주도 근처의 섬인 우도에서 2년 동안 살았던 여성 분의 글이었어요. 이 분은 재미교포였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인류학적인 시각으로 제주도를 바라봤죠. 아주 유용했어요. 그리고 제주도에 대해 평생을 연구한 학자들과 이야기를 했어요. 한 분은 40년 동안 제주도 해녀의 노래를 수집하신 분이었는데요. 지구에서 이 분보다 더 많은 해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계신 분이 없으실 거에요. 수 십 년 동안 연구를 해 오셨던 분이죠.
그리고 또 저를 정말 도운 것은 제주4.3 사태에 대한 인권 보고서였어요. 이 진상 보고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계속 조사되고 있는 인권 기록이었는데요. 10년 동안 조사됐고, 당시 발간한 보고서가 755 페이지였어요. 진상 위원회는 미국 정부 군대의 기록, 한국 정부 군대의 기록에 접근할 수 있었고, 복잡한 상황 속 모든 관련자들과 인터뷰를 했어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피해자, 군인, 정치인 등의 실제 이야기를 알 수 있었던 거죠. 정말 제게 큰 도움이 됐어요. 자료는 있어요. 하지만 자료는 나서서 찾아야만 찾을 수 있어요.

죽음에 직면한 해녀들...농담과 웃음이 넘쳐...

나혜인 피디: 직접 제주도에 가셔서 해녀 분들도 만나셨는데요. 오랫동안 자료 조사를 하던 분들을 직접 만나셨던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uthor Lisa See met woman divers in Jeju island.
Author Lisa See met woman divers in Jeju island. Source: Lisa See
씨 작가: 해녀 분들은 물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서 청각을 다치셨어요. 귀가 어두우셨죠. 그래서 아주 크게 말씀을 하셨어요. 농담을 매우 좋아하셨고요. 특히 남자들을 놀리는 농담을요. 대단한 유머 감각이었어요. 뭐라고 하죠? 어두운 농담, 검은 농담요. 통렬히 풍자하는 내용이 들어간 농담이죠. 해녀들은 물에 들어갈 때마다 죽음에 직면해요.  이런 말이 있어요. 물에 들어가는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관을 이고 들어간다고요. 모든 여성들은 매번 물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것 조차 농담으로 삼았죠. 내가 죽을 때도 웃을 거라고요. 이렇게 농담을 할 거라고요. 전 이게 너무 좋았어요. 이 분들이 어려운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게 아니에요. 제가 인터뷰한 80대, 90대 분들은 정말 믿기지 않는 일들을 겪으셨어요.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2차 세계대전, 한국 전을 겪은 기억을 가지고 계세요. 이 분들은 역사 속에 사신 분들이세요. 너무 슬픈 역사를 겪으신 분들이시죠. 그런데 그 뿐 아니라 매번 물에 들어갈 때마다 죽음 또는 위험에 직면하시는 거예요.

“중국계로써, 전통적인 유교적 여성상을 따르지 않는 해녀들에 연결된 것 같았어요”

나혜인 피디: ‘해녀들의 섬’은 사실 외국인 작가가 쓴 작품이기 때문에 제주도 사태를 제 3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됐었는데요. 하지만 막상 책을 펴면 소설은 제 3자가 아닌 당사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됩니다. 작가가 한국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요. 작가님이 제주도의 이야기에 이렇게 깊이 연결된 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씨 작가: 지금 저를 실제로 보실 수는 없으시겠지만, 저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제 일부는 중국계에요. 전 로스앤젤레스의 아주 큰 중국계 미국 대 가족 틈에서 자랐어요. 약 400명 정도의 친척들이 있죠. 제가 어렸을 때 이 가운데 10여명은 저처럼 생겼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완전한 중국인이었죠. 저는 그 중간에 있었어요. 물론 그것이 한국과 한국 문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유교적인 사상을 지녔다는 측면에서 유사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유교적인 국가로 간주되죠. 아시아 전역에서요. 하지만 제주는 아주 다릅니다. 제주에는 아주 강력한 무속 신앙이 존재합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립적인 여성들이 있고, 1만 명의 여신들이 있는 섬이죠. 여성을 중심에 두는  곳이에요.  많은 부분에서 유교적인 가르침을 거부하죠.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어릴 때는 아버지에게 순종하고, 아내가 되어서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이 없으면 아들에게 순종하라는 가르침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이런 생각들을 떨쳐내려고 했었어요. 지금도 몇 가지 이유로 여전히 그렇게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방식으로 길러졌기 때문이죠.
JEJU, SOUTH KOREA - NOVEMBER 06: South Korean haenyeo exit the water after catching turban shells and abalones while diving on November 6, 2015 in Jeju, South Korea. "Haenyeo," or Sea Women are the female divers in Jeju Island.
JEJU, SOUTH KOREA - NOVEMBER 06: South Korean haenyeo exit the water after catching turban shells and abalones while diving on November 6, 2015 in Jeju, S Korea Source: Chung Sung-Jun/Getty Images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제가 제주도 해녀와 깊이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해녀들은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통적인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따르지 않았고, 저도 같은 측면에서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제쳐놓고, 저 역시도 전통적인 중국의 방식을 따르지 않았어요.  가족들이 절 기른 방법을 따르지 않았죠.

“힘든 삶을 살아온 해녀들의 용기, 끈기, 인내, 팬데믹 겪은 독자들을 위로…”

나혜인 피디: 작가님께서 소설 ‘해녀들의 섬’을 통해 전달하고 싶으신 어떤 메시지가 있으셨나요?

씨 작가: 독자들은 많은 다른 것들을 책에서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이 될 거예요. 미국에 있어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4.3 사태와 관련 미국 군대가 공모했는지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건 미국 독자들에게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전혀 몰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또한 독자들이 이 여성들의 강인함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2년 전에 양장본이 나왔고 3월에 페이퍼백이 나왔습니다. 저는 당시에 6주 동안 도서 출간을 홍보하는 투어를 하게 돼 있었는데요. 결국 코로나 때문에 이는 5일 만에 중단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해 독자들이 제 책을 해석하는 것이 바뀌는 것을 실제로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독자들이 이 여성들의 육체적인 용기에 주목했다면 올해는 감정적인 용기를 말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우리가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것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있는 우리는 남북전쟁 이후 이 땅에서 전쟁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그랬죠. 호주도 그렇고요. 그런데 바로 우리 집 앞에 이런 전투가 일어난 겁니다. 바로 집 앞에서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 거죠.  그렇기에 많은 분들은 용기, 끈기, 인내를 찾기 위해 스스로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책에서 많이 가져가셨고요.  해녀들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어요. 어떤 분들은 그래요. 지금 너무 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모든 것이 너무 어둡게 느껴지지만 이 해녀들이 모든 것들을 견뎌냈던 것처럼 나도 해 낼 수 있다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고요. 이런 식으로 해녀들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겁니다. 

나혜인 피디: 소설 ‘해녀들의 섬’을 집필한 뉴욕 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 리사 씨 작가 함께했습니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씨 작가: 감사합니다.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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