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인터뷰: IT 전문가 박길원 씨 "호주 IT 회사 취업, 실무 경험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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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어 호주에서도 자신의 전문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이민자들을 만나보는 시간. IT 업계에서 활동하는 박길원 씨를 만나본다.


자신의 전문 커리어를 한국에 이어서 호주에서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는 이민자들을 만나보는 시간. 오늘은 IT 전문가 박길원 씨 만나봅니다.

홍태경 PD: 먼저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박길원: 저는 현재 미국계 회사에서 아시아 퍼시픽이라고 하는 에이팩(APAC) 시간대를 담당해서 전 세계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상 고객들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규모가 큰 회사들 또는 정부기관 이런 곳이 있고요. 그쪽 시스템을 운영하는 중이나 혹은 마이그레이션/업그레이드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에 대한 기술 지원을 스팟으로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홍: 한국에서도 꾸준히 이 IT 업계에서 활동을 하시다가 호주로 이주를 하신 거잖아요. 한국의 IT 업계 수준이 사실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앞서 나가고 높은 수준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 한국에서 일을 하셨던 것도 굉장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호주로 이주를 결심하게 된 건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박: 한국이 빠르죠?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접하고 또 그걸 응용할 수 있는 그런 큰 장점이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 경우는 트렌디하게 스쳐 지나가는 기술들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호주 스타일이 조금 더 맞는 것 같고요. 그런 것 때문에 원래는 미국 쪽을 많이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호주에 한 번 발을 디뎠고, 호주의 생활이 저희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결국 직접적인 이유는 가족입니다.

홍: 많은 이민자분들이 아마 그러실 것 같아요. 호주로 이주하신 것은 몇 년 정도 되신 거예요?

박: 처음 제가 발을 디뎠던 건 2010년이고요. 한 14년 전인데 그때 호주에 한국에 있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백수 생활을 잠깐 한 달간 했죠. 그런데 미국으로 가려고만 생각하고 계속 미국에 이력서를 넣고 있었어요. 그런데 호주에 있던 이전 팀원이 제가 퇴사한 걸 알고는 호주 파트너를 소개해줬고 그렇게 해서 오게 됐습니다. 조금 어찌 보면 추천을 통해 쉽게 온 거죠.

홍: 아무래도 전문 직종이 있다 보니 더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 같고요. 그렇지만 또 호주로 이주를 결정하시면서도 많은 분들이 이런 부분을 우려하시는 게 전문적인 커리어가 단절되지 않을까 그런 고민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나요?

박: 있었죠.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모든 이민자들이 다 경험하는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저도 컨설턴트 (업무)를 주로 하고 있었고요. 그러다가 아키텍트(architect) 레벨까지 올라갔지만 호주로 오게 되니까 아무래도 언어적인 문제... 모든 이민자들이 겪는 공통 문제점이죠?

또 한국 기업의 IT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들 세트와 호주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들 기반이 좀 많이 달라요. 주로 사용하고 있는 부분들이 다르다 보니까 아무래도 (호주에서는) 아키텍트보다는 어떤 특정 분야의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했고요.

그렇게 일을 시작하면서 좀 느낀 점들이 많았죠. 사실 어려움도 많았고 해서 어떻게 내 커리어를 여기 와서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요. 그래서 자세히 얘기하자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도 있었고 복잡합니다.

홍: 그러면 그 부분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하신 부분이 있는 거예요?

박: 호주에 왔을 때 아키텍트를 계속하고 싶었죠. 그 쪽이 고수익이고 아무래도 연봉도 높고 한 그런 자리이기 때문에. 근데 제가 생각하는 아키텍처라는 자리는 '이제 내가 아키텍처다. 나는 기술이 있다' 이렇게 주장을 해서 되는 자리는 아니고, 주변에서 '저 사람은 아키텍트다'라고 불러줘야 되는 자리라고 저는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만큼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라든지 어떤 기업의 시스템 전반을 다 꿰뚫고 있어야만 아키텍트가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호주로 오니까 기술 기반도 다르고 동료들이 전부 리셋됐죠. 새로운 사람들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안 되겠다. 특정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바꿔야 되겠다' 그래서 그때부터 공부를 어찌 보면 다시 시작했습니다.

홍: 그렇군요. 몇 년간의 준비 기간을 그럼 거치신 거군요.

박: 그렇죠 처음에 호주에 와서 한 3년 정도 일을 했죠. 처음에는 홀로 가족들 모두 한국에 남겨놓고 홀로 와서 한 1년 가까이 했고요. 그리고 가족을 데리고 왔다가 그때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까 아무래도 호주 환경보다는 한국에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게 훨씬 편하겠더라고요. 부모님들도 계시고 해서...(웃음)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한국의 프로젝트를 잡아서 역으로 출장을 갈 기회가 생겨서 그렇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었고요. 돌아가서 일하던 와중에 영주권도 우연한 기회에 따게 됐고, 그 후 계획을 짠 거죠. 영주권을 따고서 '향후 5년 내로 내가 이렇게 모습을 바꿔서 호주로 돌아가야겠다'라고 그런 노력을 좀 많이 했었습니다.

홍: 저희는 IT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호주로 이민을 하시기 위해서 직장 커리어를 이어나가시기 위해서 전문 분야를 바꾸는 과정을 거치셨다는 것. 그 부분은 이해할 수가 있겠네요.

박: 아무래도 언어적인 부분이 조금 덜 요구되는 그런 업무들이 있죠. 프로젝트 내에 여러 가지 태스크가 있는데 기술이 더 많이 필요하고 (기술이) 더 중요한 포지션으로 옮겨가게 됐습니다. 물론 그 덕에 연봉은 조금 낮아졌고요. (웃음)

홍: 커리어를 이어나가기 위한 그런 나름의 노력이 있으셨군요.

박: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은거죠. (웃음)

홍: 그것도 굉장히 현명한 선택이셨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박: 지나고 나니까 오히려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제가 호주에 오게 된 목적 자체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였는데 사실 IT프로젝트 컨설턴트, 아키텍트는 그런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호주에서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 이유가 각 도시마다 출장을 많이 다녀요. 제가 처음 왔을 때도 1년 사이에 벌써 4개 도시를 돌면서 프로젝트를 했고요.

홍: 그만큼 연봉을 많이 주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네요. 지금은 이제 코로나 이후로 많이 재택근무를 하는 업종도 확대가 됐는데 IT쪽은 당연히 그렇게 재택으로 하고 계시겠죠.

박: 장점이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 100% 원격으로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고요. 지금은 또 운이 좋게도 한 2년 전부터 4일제 근무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어요. 2년 동안 거의 사실 굳어진 상태인데 이렇게 주 4일 근무와 원격 근무가 되다 보니까 확실히 생활은 많이 달라지고 훨씬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홍: 정말 한국에서 IT 전문가로 사시면서 일하실 때는 4일제 근무는 상상도 못할 것 같아요.

박: 그렇죠. 100% 원격 근무도 쉽지 않죠. 한국은 좀 사무실에서 봐야 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요.

홍: 그러면 이렇게 말씀이 나온 김에 한국과 호주에서 이렇게 IT 전문가를 모두 경험하시면서 업무 환경의 차이 어떤 게 있을까요?

박: 아마 가장 큰 차이점은 매니지먼트 측면에서의 차이인 것 같고요. 엔지니어들은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대부분 기술을 좋아하고 서로 돕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IT분야다보니 동료 환경 레벨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고요. 한국의 문화에서는 모여야 되고 점심도 같이 먹으러 가야 되는 문화가 있다 보니까 원격 근무보다는 꼭 출근을 해서 사무실에 앉아서 해야 되는 점들이 있고요.

그런데 거기에 또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이 있어요. 어떤 것이냐 하면 선후배 관계가 있고, 그게 IT 분야에서도 적용되다 보니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 챙겨주고 가르쳐주기도 하고... 그래서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되면 사회 초년생들한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호주에서 어떤 IT 기업에 입사를 한다고 해도 누구 하나 챙겨주는 사람이 없거든요. 본인이 혼자 다 해야 돼요. 근데 안 가르쳐주죠. 가르쳐달라고 매달려야 자기 시간이 맞을 경우에만 가르쳐줄까 말까죠. 너무 모른 상태에서 일을 해야 되니까 굉장히 힘들어들 해요.

그리고 한국처럼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 과정 이런 게 없죠. 호주에서 보면 (근무 기간이) 다들 짧은 것 같아요. 처음에 졸업을 해서 한 작은 회사에 한 1년 정도 다니다가 이제 그 경험을 가지고 또 다른 회사에 지원해서 또 1~2년 하고, 그런 식으로 자기의 커리어를 계속 회사를 옮겨나가면서 (만들어 나가고) 여기서 배우고 저기서 배우고 그렇게 본인이 옮겨 나가야 되죠.

근데 한국은 다르지 않습니까? 여기서 프로젝트 1년 하고 그 다음 프로젝트는 여기 가서 1년 하고, 이런 식으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고 (호주는) 대신에 본인이 노력을 좀 더 많이 해야 된다는 거죠. 오히려 호주는 어찌 보면 자유로운 거죠.

홍: 어떻게 보면 자유로운 것이고 다른 면으로 생각하면 독립적으로 혼자 헤쳐나가야 되는 것이다 이런 말씀이셨군요. 그러면 이렇게 지금 박길원 님처럼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희망을 하면서 같은 길을 걸어가는 IT 업계 분들이나 같은 엔지니어분들, 전공하는 학생들도 많을 테고요. 그런 분들에게 조언해 주실 수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 일단 호주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한테 제가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IT 같은 엔지니어링 분야는 실용적인 분야입니다. 다른 과학이나 경제, 정치랑은 전혀 다른 실용적인 기술 분야이기 때문에 경험 실제 경험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대학에서 공부를 다들 하고 있지만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내용들이 실제 업무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실제 업무에서는 이미 응용되어진 솔루션들을 가지고 많이 사용을 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IT는 적용되는 분야가 워낙 많지 않습니까?

홍: 거의 모든 분야에 스며들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 그러면 그 쪽의 비즈니스를 또 알아야 돼요.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어떤 비즈니스에 대한 소프트웨어라면 그 비즈니스의 프로세스들,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런 것들을 결국에는 공부해야만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조언해드리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자기 개인 프로젝트를 최대한 많이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러다가 잘 돼서 회사가 클 것 같으면 굳이 대학교를 다닐 필요 없고요. 그냥 중퇴하고 우리 이제 그 유명한 분들 많잖아요. 그런 분들처럼.

홍: 스티브 잡스부터... 많죠?

박: 유명한 IT CEO들은 전부 다 대학 중퇴자입니다. (웃음)

홍: 또 그런 공통점이 있군요.

박: 그래서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하는 게 여기 호주 환경에서는 맞는 것 같고요. 그런 분들이 이력서를 제출했을 때 이렇게 선택될 확률도 매우 높습니다. 저희도 사실 기술 인터뷰 같은 거 요청 오면 그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질문을 하곤 해요.

그리고 한국에서 이민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면 조금 다른 얘기가 될 수 있겠죠. 일단 호주의 이민성을 통과를 해야 되니까요. 그리고 영주권이든 취업 비자를 받아야 되니까요. 그래서 한국이라면 한국의 환경에 맞게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주어진 기업 환경과 교육 시스템에서 더 많은 것을 더 넓게 배우고 하는 것이 이민의 기회를 잡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회사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솔루션 소프트웨어 업체로 들어가야 해외에서 인정이 되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당신이 갖고 있군요. 그러면 저희 회사에서 일해 주세요.' 이런 식으로 (취업이) 이루어지거든요. 단점이라면 (IT업계는) 의사 변호사같이 이런 무슨 전문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경험에 의존해야 하고요.

홍: '많은 경험을 쌓고 많은 프로젝트를 해봤던 그 경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호주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호주에서 이렇게 같은 분야의 경력을 이어가시면서 앞으로도 갖고 계시는 계획이나 포부가 또 있으실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이것을 질문으로 드릴게요.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박: 항상 크죠. 나이 먹었지만 아직도 꿈만 크게 갖고 있는 소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실은 제가 호주로 영구 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 조그마한 컨설팅 회사를 사이드잡으로 하나 차렸었어요. 그래서 같이 동업하시던 분들하고 운영을 해봤는데 어느 정도 수익이 나기 시작하니까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동업자들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회사는 접게 되었죠.

그때 제가 했던 꿈꿨던 일이 한국에서 어떤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는 회사를 하나 만들고 호주에서 정착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둘을 연계하는 거죠. 한국에서 호주에 필요한 기술을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기간 4년이든 5년이든 거치고, 그 다음에 호주 회사로 옮겨서 업무 환경이나 고객 기반이 다른 호주에서 또 적응할 수 있게 한 2~3년 정도 지원을 해주면 그 이후에는 호주 IT 사회에서 큰 역할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 꿈을 많이 꿔봤습니다. 지금도 기회만 된다면 언젠가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서 한국에 있는 우수한 인력들이 호주에서 조금 더 여유 있게 제대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사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홍: 말 그대로 IT업계의 한국과 호주의 가교 역할을 하시게 되는 그런 셈이네요. 앞으로 하시는 일이 계획대로 진행이 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한국에 이어서 호주에서도 IT업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박길원 씨와 함께 얘기 나눠봤습니다.

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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