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호주 봄 불청객 ‘맥파이’… 9월 산란기에 집중 공격

Magpies tend to target cyclists, who are urged to wear helmets and sunglasses.

Magpies tend to target cyclists, who are urged to wear helmets and sunglasses. Source: News Corp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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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토착종 까치 ‘맥파이’의 번식기인 7월~12월, 호주에서는 매년 2000~3000건의 맥파이 급습 사고가 발생하며, 부상으로 실명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호주에 봄이 오면 호주 까치를 조심하라고 합니다. 호주 전역에 서식하는 토착종 까치 맥파이는(Magpie) 봄 산란기에 다른 어떤 새들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지난 8일, 호주 브리즈번의 글린데만 공원에서 엄마 품에 안겨 산책 중이던 생후 5개월 여자아기가 맥파이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맥파이는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급습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브리즈번에서 맥파이 급습으로 생후 5개월 아이 사망
  • 맥파이 산란기인 7월~12월, 특히 9월에 집중 공격
  • 헬멧 모자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고, 천천히 움직여야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 한국인들에게 까치는 길조이지만, 서양에서는 까치를 오히려 흉조라고 생각한다고 하죠.  최근 브리즈번에서 발생한 맥파이 공격으로 인한 아기 사망 사고에 충격을 금할 수 없는데요.  맥파이 급습 사고는 호주 전역에서 매년 수 천 건에 달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맥파이(Magpie)’로 불리는 호주 까치는 한국 까치에 비해 몸이 크고 번식기에는 공격적인 면이 있어서 만약 길을 가다 맥파이 둥지를 만나면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맥파이는 사람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고 주로 도시 지역에서 서식해 공원이나 도로에서 까치의 습격으로 머리가 찢기거나 얼굴, 눈 등을 쪼이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요.

호주 전역에서 매년 2000~3000건의 맥파이 공격 사고가 보고되고 있고, 이중 200 명 가량이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열 빅토리안 눈·귀 전문병원에 따르면 까치 부리에 눈을 쪼여 병원을 찾는 경우는 60건 내외이고, 실명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보행자들이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2020년에는 공원 벤치에서 점심을 먹다 맥파이에게 두 눈을 쪼이는 공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어요.

유화정 PD: 빅토리아주 멜버른 동부 지역 세일(Sale)에서 자영업을 하는 제임스 글린드맨(68)은 평소처럼 공원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맥파이의 날카로운 부리에 두 눈이 쪼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급히 멜버른 로열 빅토리안 눈·귀 전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요. 맥파이의 부리에 각막이 관통된 왼쪽 눈에 대해서는 2시간에 걸친 봉합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글린드맨 씨는 "점심을 먹는데 맥파이 한 마리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연달아 공격했다"면서 "피가 흘러 거의 시야를 가렸지만 겨우 차로 피해 응급전화로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호주의 한 기자가 현장 보도에 나섰다가 갑자기 날아든 맥파이에게 공격받는 모습이 국제 뉴스로 전해지기도 했죠?

유화정 PD: 네. 같은 해인2020년 10월 호주 나인 뉴스의 브레트 맥러드 기자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현장 보도 중 맥파이 습격을 당한 것인데요. 당시 영상에는 침착하게 방송을 준비하던 맥러드 씨를 향해 커다란 맥파이 한 마리가 날아드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맥파이는 맥러드 씨가 손쓸 겨를도 없이 공격한 뒤 날아갔고, 맥러드 씨는 눈 주변을 쪼인 듯 고통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돌발 상황에도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고 침착하게 현장 보도를 마치는 '프로 정신'을 발휘했는데요.  맥러드 기자는 이후 자신의 SNS에 "나는 괜찮다. 다행히도 제때 눈을 감았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Australian reporter gets attacked by magpie moments before going on-air
Australian reporter gets attacked by magpie moments before going on-air Source: AAP


진행자: 맥파이의 공격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지만, 최근 발생한 생후 5개월 아기 Mia의 경우처럼 아기에게 달려드는 까치를 막으려던 엄마가 넘어지면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실제 이와 비슷한 사고가 시드니 남부 울릉공에서 발생한 바 있죠?

유화정 PD: 2019년에 울릉공 우노나 지역에서 자전거를 타던 76세 호주 남성이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맥파이의 공격을 피하려고 갑작스레 자전거 방향을 트는 순간, 울타리에 부딪쳐 튕겨 날아가 떨어지면서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고, 당시 현장에서 응급 처치 후 헬기로 세인트 조지 병원에 후송됐지만 당일 저녁 사망했습니다.

이번 아기Mia의 사망을 유발한 브리즈번의 글렌데만 공원은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됐을 만큼 맥파이의 출현이 잦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글린데만 공원에서 초등학생 딸이 까치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는 한 여성은 "말 그대로 거대한 짐승과 싸우는 느낌이었고 전혀 제어할 수 없었다"며 결국 까치를 떼냈지만 딸의 볼에 깊은 흉터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독일 셰퍼트인 반려견과 같이 공원을 산책할 때마다 까치가 개를 반복적으로 공격한다"며 "까치는 아주 공격적이고 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처럼 잦은 사고에도 호주 까치는 정부 보호를 받는 지역 토착종으로 분류돼 이들을 죽이는 것은 불법인데요. 그런데, 뉴사우스 웨일즈의 한 카운실이 맥파이 사살 결정을 내려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죠?

유화정 PD: 뉴사우스웨일즈 노웨스트 힐스 셔 카운슬(Hills Shire Council)에는 지난 3년 동안 까치 공격에 대한 40건 이상의 불만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이새는 시카 대로나 윈저 로드 방향에서 급습하는 것으로 알려져 '윈저 로드 괴물(Windsor Road Monster)', '시카의 약탈자(Circa Marauder)'라는 별칭까지 붙었습니다.

“수년간 시민들을 괴롭히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괴물 까치'에게 총을 쏘는 것은 합법”이라는 주민들의 강력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국립공원 및 야생동물 서비스 NPWS는 공격 시즌이 되는 새가 다시 또 사람을 공격하기 전 사살할 것을 승인했고, 지역 카운슬은 NSW 주 경찰의 감독 하에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카운슬의 결정에 야생동물 애호가들은 “이것은 산란기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면서 “보통 매년 봄이 되면 4-6주 동안만 새가 사람을 공격하는데, 이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위험 지역임을 알려 주의를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죽일 필요까지 있느냐”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됐습니다.

진행자: 맥파이는 산란기에 둥지 근처를 지나가는 동물이나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고, 특히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하늘에서부터 달려들어 위협하거나 공격을 하는데, 이는 자기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라고 하죠?

유화정 PD: 그리피스대학의 생태학자 가이 캐슬리 박사는 맥파이의 공격 이유에 대해 "둥지에 있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합니다. 새 중에서도 새끼에 대한 보호 본능이 강한 까치는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는 산란기가 되면 둥지 주변을 정찰하다가 침입자를 발견하면 빠르게 활강해 부딪히는 습성이 있는데, 이 기간은 7~12월 사이로 특히 9월에 공격성이 가장 심해집니다.

수컷 까치는 새끼 새가 있는 둥지 주변의 50m 근방을 돌아다니며 덩치 큰 대상을 찾아 공격하는데,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특히 표적이 되는 이유는 맥파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빨리 달리는 순간 더 빠른 속도로 날아와 더 맹렬히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캐슬리 박사는 또한 “지능이 높은 편인 까치는 종종 상대방을 식별해내는데, 특정인과 특정 개에게 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맥파이의 출몰이 자주 있는 곳은 경고 표지판을 걸어 놓아 지역주민들이나 방문객들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 주고 있죠. 모자나 헬멧은 필수 사항인데, 언젠가 ‘호주에서는 자전거를 탈 때 안테나 달린 헬멧을 쓴다’라고 어느 호주 여행자가 쓴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Cyclists are particularly at risk of swooping magpies.
Cyclists are particularly at risk of swooping magpies. Source: AAP


유화정 PD: 종종사이클 헬멧에 전기선 등을 묶을 때 쓰는, 타이 랩(Tie-wrap) 또는 타이 라고 불리는, 여러 개의 홈이 난 플라스틱 줄을 길게 고정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간단한 방법이지만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헬멧이나 얼굴 주변으로 세차게 다가오다가도 뾰족 뾰족하게 솟은 것들이 움직이니 겁을 먹고 쉽게 접근을 못하는 것이죠.

앞서 캐슬리 박사의 말처럼 맥파이는 의외로 사람을 매우 잘 알아볼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캔버라에 사는 한 우편배달부는 산란기가 되기 전부터 맥파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친하게 지낸 덕분에 맥파이들이 알아보고 친근하게 대한다며 실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자신을 공격하려 했던 사람은 옷을 바꿔 입어도 시간이 지나도 다 알아본다고 합니다.

진행자: 호주에서 맥파이의 공격이 빈번해지는 시기를 '급습 시즌(swooping season)'이라고 이름 붙이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데, 맥파이가 사람을 공격한 장소들을 공유하고 기록해 두는 독립 웹사이트도 운영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지방 정부별로 전국의 데이터가 통계되고 있는 반면, 독립 웹사이트 ‘맥파이 알러트(Magpie Alert)는 시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기록되는 자발적인 까치 경고 사이트입니다.  

‘맥파이 알러트’에 따르면 8월 16일까지 올해 호주 전역에서 총 411건의 맥파이 공격이 보고됐는데, 이중 48 건이 부상 사고였습니다. 맥파이 공격은 16일 기준 퀸즈랜드 주에서만 167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빅토리아 주 88, 뉴사우쓰웨일즈 주가87건으로 보고됐습니다.

진행자: 호주 봄이 시작되는 이제부터 맥파이의 본격적인 산란기로 접어드는데요. 맥파이 공격에 어떻게 주의를 하면 좋을지 끝으로 맥파이 공격에 대비한 예방과 대처법을 정리해보죠.

호주조류보호단체 관계자와 전문가 등은 수컷 까치 가운데 10% 정도가 사람을 공격한다며 평소 자주 오가는 길 주변에 까치둥지가 있다면 번식기에는 다른 길을 이용하라고 조언합니다.

보통 맥파이들은 뒤에서 덤벼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팔을 흔들거나 막대기를 휘젓는 것은 맥파이를 더 공격적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팔로 머리를 감싼 채로 빨리 걷되 뛰지 말고, 최대한 신속히 그곳을 빠져나와야 합니다.

자전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탈 경우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고, 선글라스를 껴 눈을 보호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보일 경우에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거나 우산을 펴서 활용하면 새를 적대시하지 않고 사고의 위험에서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컬처 IN, 호주의 봄철 불청객 맥파이의 습성과 공격 시 대처법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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