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폐 인식의 날과 태권도-3] "소극적 성격에서 리더십 발휘까지"…비장애아동에도 긍정적 영향

Seam Kim and Sean's father Mark Kim. Credit: SBS Korean

Seam Kim and Sean's father Mark Kim. Credit: SBS Korean

UN에서 지정한 '세계 자폐 인식의 날'을 맞아 SBS 한국어팀이 총 3부작 방송을 통해 그 의미를 되짚어보려한다. 3편에서는 태권도를 통해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시현군'과 나눈 자세한 인터뷰를 들어본다.


Key Points
  • 소극적이던 시현군…태권도 이후 리더십 발휘까지
  • 태권도의 관계성·예의범절 훈련, 생활 태도에 긍정적 변화 영향
  • 호주서 태권도 배우는 아동 매년 15%씩 증가…"긍정적 변화 확신해"
  • 태권도 통합 교육, 비자폐아동에도 긍정적 영향
  • 무조건적인 통합 교육 반대 목소리도…"아동 수준에 맞는 교육 필요"
SBS한국어팀은 '세계 자폐 인식의 날'을 맞아 3부작 방송을 준비했는데요. 앞서 1부과 2부에서는 호주의 자폐스펙트럼 장애 현황과 스포츠, 특히 태권도가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태권도를 통해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시현군'과 나눈 자세한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편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LISTEN TO
Korean_01042024_TKD2.mp3 image

[세계 자폐 인식의 날과 태권도-2] '발차기'가 자폐 아동에 미치는 영향은?

SBS Korean

02/04/202412:04
소극적이던 성격에서 친구들 가르치는 리더십 발휘까지

검은띠를 허리에 차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김시현군은 5살 때 처음으로 자폐스펙트럼을 진단받았습니다.

도장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검은띠를 받기 위해선 일주일에 두세차례 도장을 방문해 수업을 듣는다는 기준 하에 2년 반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또한 검은띠를 따게 되면, 도장 내에서 사범님과 함께 학생들의 지도를 도울 수 있는 자격도 생긴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태권도를 배워온 시현군은 처음부터 집단 생활에 잘 적응하고, 리더십을 갖춘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현군의 아빠 김정진씨는 태권도를 배우기 전 시현군은 많이 소극적인 모습이었다고 SBS 한국어팀에 전했습니다.

그는 "네 사실 자폐 스펙트럼 가지는 아동이 갖고 있는 특징상 몸을 밸런싱하거나, 동체시력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

태권도를 하기 이전에는 심지어 그냥 길을 걷다가도 자기 혼자 넘어진 경우도 있었고, 무언가 건네줬을 때 물건을 잘 못 잡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다.

태권도를 하면서 너무나 큰 발전을 보였다.
시현군 아버지 김정진씨

발차기로 시작해서 밸런싱을 하는 부분들, 뛰는 방법도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시현군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많이 즐기는 야구나, 축구, 풋티 (footy)와 같은 구기종목 스포츠를 즐기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동체시력이 발달돼 있지 않았고, 몸의 균형 능력이 발달돼 있지 않아 공을 던지거나 받는 훈련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진씨는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아이의 특성상 단체 스포츠, 축구,야구, 풋티와 같은 구기종목은 사실상 시현이에게 무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동체시력 발달도 떨어지는 편이었고 공을 잡거나 던지는 능력이 비교적 좀 덜 발달됐기 때문에. 태권도 같은 종목은 본인의 페이스와 본인의 발전 과정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스포츠라 생각했고…"라고 설명했습니다.
LISTEN TO
Korean_31032024_Autismedi.mp3 image

[세계 자폐 인식의 날과 태권도-1] 호주, 유병률 추정치 세계에서 가장 높아…환자 늘어나는 이유는?

SBS Korean

01/04/202406:32
하지만 10살 때 태권도를 처음 접한 시현군은 태권도를 배우고 난 후 눈에 띄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었던 시현군은 태권도를 지속적으로 배우며 태권도를 통해 몸의 균형 능력을 길렀고, 승급심사를 거쳐 검은띠를 획득해 이제는 또래의 친구들을 가르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진씨는 "무엇보다 사회 활동적인 부분에선 시현이가 다른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때 좀 더 소극적인 편이지만 태권도를 통해서 좀 더 자신감을 많이 향상했다고 본다.

현재는 검은띠를 취득했기 때문에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 리더십을 발휘하는 부분도 보여줘 부모로서 굉장히 뿌듯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시현군의 아빠인 김정진씨는 시현군이 태권도를 배우고 난 후 소극적인 성격에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면서 가정에서도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시현이가 학년도 올라가고, 태권도도 계속하면서 본인이 한단계씩 성장하며 많은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따.

가정에서도 좀 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좀 더 적극적이어졌다.

심지어 가사일을 돕거나 '나도 한 번 해볼래', '나도 해볼 수 있어' 와 같은 말을 하게 됐고, 사실상 좀 놀라운 변화였다.
시현군 아버지 김정진씨

소극적인 성격 갖고 태어났지만 태권도를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게 돼 변화를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Seam Kim and Sean's father Mark Kim. Credit: SBS Korean
Seam Kim and Sean's father Mark Kim. Credit: SBS Korean
태권도, 관계성 훈련·예의범절 통해 생활 태도 긍정적 영향

김지태 단국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태권도의 관계성에 대한 훈련과 예의에 대한 교육은 자폐스펙트럼 아동들의 생활 태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지태 교수는 "단국대학교 같은 경우도 일주일에 한 번씩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방문해 저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부분에서도 이득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통합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 가장 배워야 되는 사안 중에 하나가 또래 집단과의 사이의 교육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나'라는 관계도 알아하고 '형'이라는 관계, '지도자'도 알아야 되고 관계된 사람을 알아야한다.

그런 면에서 대처하는 능력, 사회적 대처 능력이 가장 많이 향상되는 것 같다.

또 자폐성 아동들에게 보여지는 것 중의 하나가 상동 행동이 많다.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곤 하는데, 소리를 지른다거나, 손을 흔드는 것과 같은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운동을 통해서…태권도 동작은 집중하게하고, 특정 반복 동작을 하게 만든다. 그러면 그 동작들을 통해서 본인이 하는 행동들을 잊어버리게 된다.

상동 행동을 감소시키는 효과들이 많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들, 특히 발달 장애의 부모님이 태권도 프로그램을 되게 좋아했던 것 같다.

태권도는 그 안에서 기술의 향상도 볼 수 있고, 상동행동이 감소되는 것도 볼 수도 있다. 또한 감정 조절 능력 부분에서도 지도자에 대한 예의를 따르는 운동이다.
김지태 단국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하지마'와 같이 지도를 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약간 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Taekwondo instructor Will. Credit: SBS Korean
Taekwondo instructor Will. Credit: SBS Korean
호주서 태권도 배우는 아동 증가세…"긍정적 변화 확신해"

시현군과 같이 호주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의 수도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현군을 직접 가르친 Bianca 사범은 시현군이 다니고 있는 태권도장을 기준으로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이 매년 15%씩 증가한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호주 멜버른에서 14년간 태권도를 지도했다는 윌 사범은 1년에 평균적으로 10~30명 정도의 자폐스펙트럼 아동이 태권도를 배운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자폐 아동들을 숫자로 세본다면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200여 명 정도는 지도를 한 것 같다. 큰 체육관에서 일 할 때는 한 관원이 1000명정도 되는 관원도 있어서 그정도 되는 것 같다.

각 체육관마다 다르겠지만 저희쪽으로 예를 들면 못해도 10~30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윌 사범은 호주에서 태권도를 통해 자폐스펙트럼 아동들이 시현군과 같이 긍정적인 변화를 겪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자폐스펙트럼 아동들이 긍정적 변화를 겪을 수 있는 기회는 비자폐학생들과의 통합 교육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윌 사범은 "처음에는 첫 트라이얼(시범 수업)을 들어왔을 때, 자폐아동들은 일단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사범들의 말을 잘 듣지 못하고, 행동도 잘 캐치를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같은 트라이얼 속에서 다른 아이들도 같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산만한 부분이 처음에 많이 있다.

하지만 첫 시작과 한 달 후에 그 아이의 모습은 정말 달라진다. 아이가 사범들한테 배우는 것도 있지만 다른 아이들과 수업을 받으면서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도 배운다.

서로 도움을 주고 서로 배우고, 그리고 그룹이라는 소속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배우는 게 느껴진다.

아이가 표현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아이의 행동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는 긍정적으로 나아진다고 100% 확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이 봐 왔고, 앞으로도 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From left to right: Pediatric psychiatrist Dr Yeon-Kyung Jung, Professor Kim Ji-tae. Credit: SBS Korean
From left to right: Pediatric psychiatrist Dr Yeon-Kyung Jung, Professor Kim Ji-tae. Credit: SBS Korean
태권도 통합 교육, 비자폐아동에도 긍정적 영향

정연경 소아청소년전문의는 자폐스펙트럼 학생과 비자폐스펙트럼 학생이 어우러질 수 있는 태권도장의 통합 교육은 자폐스펙트럼 학생 뿐만 아니라 비자폐스펙트럼 학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연경 전문의는 "사회화라고 하는 것은 균질한 어떤 집단 뿐만 아니라 나와 완전히 이질적인 집단에 대해서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서 어떻게 응해야 되는지 이런 부분들을 연마하면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 가정이라는 공간은 동질적인 배경을 갖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예측 가능한 행동들을 하면서 지낼 수 있는 곳이지만 일단, 학교로 가게 되면 같은 인종이라고 할지라도 너무나 다른 어떤 문화권에서 왔다. 다른 문화권이라든지 아니면 다른 어떤 신체적 컨디션을 갖고 있다면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 곳에서 내 위치를 정확하게 정립을 하고 그 상대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갖고 내가 어릴 때부터 훈련을 하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어떤 환경 속에서 노출되는 것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이런 다양성의 측면에서 비자폐아동들에게도 통합 교육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소들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정연경 전문의는 비자폐스펙트럼 학생들도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학생들과의 훈련을 통해 강자와 약자가 뒤바뀌는 경험을 하며, 상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관용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예를 들자면 옆의 아이가 나보다 잘할 수도 있고 좀 더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못했을 때 우리는 흔히 비난을 할 수도 있고 놀릴 수도 있고 아니면 무시를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모든 상황에서 내가 항상 우위에 있지는 않는다. 내가 약자가 되는 경우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게 됐을 때 내가 놀리고, 괴롭히고, 무시를 하는 것이 습관화된 아이들은 본인이 피해자가 됐을 때도 어떻게 응대하는지를 모르고 이것이 당연한 약육강식의 결과라고만 여기고 낙담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내가 어떤 실수를 했을 때 관용을 할 수 있는 부분들, 또 내가 남들이 뭔가를 나한테 실수했을 때 왜 이것이 나한테 벌어졌는지, 이것은 상대의 탓인지 아니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문제였는지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능력들이 다양한 환경 속에 있을수록 훨씬 더 발달이 되는 면이 있다.
정연경 전문의

이런 경험을 다양하게 이뤘다는 것은 성인에게서 내가 자립을 해서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내가 자신감을 갖고 응대를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무조건 통합 교육 반대 목소리도…"수준에 맞는 지도 필요"

다만 김지태 교수는 태권도 수업은 무조건적인 통합 교육보다는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수준에 맞춰 지도가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지태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난이도가 어떻게 되는가에 차이가 있을 거것이다.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들이 하는 통합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인 패러다임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떤 수준까지, 어떤 범위까지 맞춰주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김지태 단국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같이 하는 것 좋다. 하지만 태권도 1장, 2장 정도는 같이 어울릴 수 있어서 할 수 있지만, 3장만 하더라도 그 범위에서 같이 한다는 건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먼저 품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같이 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3장이 넘어가는 범위에서 함께 했을 경우에는 아무리 태권도가 좋고 주의 집중에 좋고, 좋은 기술을 습득하기 좋다고 강조한들 발달 장애 아동들한테 무리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자폐스펙트럼 아동들에게도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언했습니다.

3편의 방송을 통해 자폐스펙트럼과 한국의 전통 무술 태권도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이해하고, 태권도의 긍정적인 면모를 공부해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특성에 맞는 스포츠 교육이 이뤄지길 바라봅니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