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호모 마스쿠스’ 시대로 열린 2021년 새해

Wearing Face Masks - 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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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얼굴의 절반을 잃었다”는 의미를 내포한 ‘호모 마스쿠스’라는 신조어의 탄생이 2021년 새해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탄생된 국내외 신조어를 통해 2021년 새해를 전망한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인류는 이제 코로나19 이전 시대와 이후로 나눠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2020년을 ‘호모 마스쿠스(Homo maskus·마스크를 쓴 인간)의 해’라고 부릅니다.  인류가 ‘얼굴의 절반을 잃었다’는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생활상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시대를 반영한 코로나 신조어가 쏟아져 나와 가히 신조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 컬처 IN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탄생한 국내외 신조어들을 모아보고 올 한 해에 어떠한 사회적 현상이 일어 날지 전망해 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인사)

진행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렇게 표현한다고요.  본래 이승만 대통령이 해방 이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있을 때,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바꿔 표현한 것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코로나 19 시대의 사회상은 이 반어적인 문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대변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19가 계속해 일상을 위협하는 가운데 다양한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집에 갇혀 있어야만 하고 어디 멀리 여행 가기도 힘든 답답한 처지도 신조어 홍수에 일조했지만, 무엇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소셜미디어의 전파 속도가 우후죽순 신조어 탄생에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경북대학교 언어정보연구센터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신조어가 총302개로, 보건 복지 의료 경제 등 전문분야 136개를 제외한 나머지 166개는 일반 용어입니다.

진행자: 무려 300개나 됩니까? 팬데믹 이후 하루 개꼴로 신조어가 출현했다고 봐야겠네요. 번쯤 들어봤을 법한 코로나19 신조어 어떤 것들을 먼저 떠올릴 있을까요?

유화정PD: 먼저 ‘집콕족’입니다.  말 그대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 콕 박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비말 감염으로 전파되는 코로나19 특성상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집 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생겨난 말입니다.

집콕족이 늘면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공유하는 SNS 캠페인의 일환인 ‘집콕족 챌린지’가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방탄소년단 뷔가 “심심하면 TV와 대화하라”라는 유쾌한 코멘트와 함께 SNS에 올린 짧은 동영상은 선한 영향력으로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영상 속 뷔는 편안한 차림으로 TV 화면을 따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혼자 놀기의 정수를 보여줬습니다.  한편, 집콕족 챌린지의 원조격인 ‘달고나 커피 만들기’는 전 세계 SNS를 타고 대박 인기를 끌었습니다.

진행자: 자그마치 400저어야 완성된다는 그 ‘달고나 커피’ 말이죠?  달고나 커피 레시피가 영국 BBC기사로 나가면서 글로벌 트렌드로 떠올랐는데, 한국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 Dalgona Coffe라고 소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화정 PD:어릴 적 국자를 태워 엄마에게 혼나가면서도 끊을 수 없었던 간식 '달고나'가 커피로 다시 태어난 건데요. 인스턴트커피와 설탕, 뜨거운 물을 각각 1:1:1 비율로 섞은 뒤 400번을 저어 점성을 띤 노란 거품을 만들고, 차가운 우유 위에 살포시 얹으면 완성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한국인들에게 달달한 위로이자 심심함을 달래주는 하나의 놀이였던 달고나 커피가 신종 바이러스 창궐로 우울한 시기에 세계 각지로 전해지며 서로를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법의 레시피'가 됐습니다.
How to make Dalgona coffee (whipped coffee) - BBC Good Food
How to make Dalgona coffee (whipped coffee) - BBC Good Food Source: BBC
진행자: 코로나19확산으로 일상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기자 두려움 또는 불안감과 무기력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코로나블루’라는, 코로나19우울감을 뜻하는 블루(blue)합성어도 나왔는데요.  그런가 하면 위트 있는 웃음 신조어도 대거 등장했죠?

유화정 PD: 네. 그렇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 스스로 '웃을 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웃음 신조어들도 대거 등장했습니다.  그중 코로나19 감염 '확진자'와 어감이 비슷한 '확찐자'는 가장 유명한 코로나19 관련 신조어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전개되는 등 외부 활동이 급격히 감소되면서 이로 인해 집에만 있다 보니 살이 확 쪘다는 의미를 담아 '확찐자'란 단어가 만들어진 건데요. '확찐자 이동 경로'는 대략 '식탁→소파→냉장고→소파→식탁→침대→냉장고→침대' 순입니다.

진행자: 확찐자와 마찬가지로 활동량이 적어져 체중이 급격히 불어났을 때, '신천지' 명칭에서 차용한 '살천지'됐단 용어도 등장했죠? 확찐자나 살천지 등이 비만인이나 코로나19인한 엄중한 시국을 자칫 희화화할 있단 우려도 있지만 모두 우울한 시기 속에서 짧은 웃음이라도 전도하고자 하는 노력들로 해석됩니다.

유화정 PD: 정확한 지적입니다. 한편, 맘카페를 중심으로는 '돌밥돌밥'이 초 공감 신조어로 떠올랐는데요. '돌밥돌밥'은 바로 "너무 힘들다"는 주부들의 소리 없는 비명입니다.  재택근무 중인 남편, 개학이 연기된 초·중·고 자녀들이 계속 집에 있는 바람에 하루 세끼를 모두 차려야 하는 상황을 함축한 표현으로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또 밥 차린다'는 말의 줄임말입니다.

진행자: 코로나19확산하면서 SNS 등을 중심으로 퍼진 신조어, 2020한국에서 탄생한 신조어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봤고요.  자, 미국 영국 영어권에서도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한 신조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속속 쏟아져 나왔죠?

유화정 PD: 코로나19 팬데믹을 표현하는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내는 주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로 젊은 층입니다.  영어권의 이른바 Z세대 젊은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를 정식 명칭보다 짧고 단순하게 ‘로나’, ‘미스 로나’ (The Rona, Miss Rona)라고   마치 사람 이름처럼 부르고 있는데요.

주로 은어, 속어, 인터넷 유행어 등을 다루고 있는 영어 사전 사이트 어번 딕셔너리에는 Do you have the Rona?라는 예문과 함께 rona를 A nickname for the Corona Virus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즐겁게 일상으로 돌아갈 날들을 상상하고 설명하는 말로 언론 등에서 포스트 로나 (post rona)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신종 바이러스를 사람 이름 부르듯 닉네임으로 부를 만큼 일상화가 됐다는 얘기인데, 씁쓸합니다..  한편, 팬데믹 이후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 상에서 빈번히 오른 내린 ‘캐런(Karen)’이란 이름도 있었죠?  Don’t be a Karen! 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부각됐는데요?

유화정 PD: 네. 먼저 말씀드리면 캐런은 특정인의 이름이 아닙니다. 캐런 이미지의 공통점은 금발의 차가운 표정의 백인 중년 여성으로,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양 개념 없이 행동하거나, 이유 없이 흑인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등 인종차별주의 행동을 하거나, 특권의식으로 충만해 사리 분별없는 행동을 하는 백인 여성들을 지칭하는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캐런'이라는 단어는 지난해 5월 에이미 쿠퍼라는 여성이 개에 목줄을 매달라고 요청한 흑인 남성을 경찰에 신고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며 SNS를 중심으로 널리 퍼지게 됐는데요. 이때 뉴스에   ‘Central park Karen’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후 팬데믹으로 흑백 인종갈등이 격화된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마스크 착용 찬반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마스크 착용 요구에 반발하는 오만한 ‘캐런’ 캐릭터가 다시 등장한 겁니다.

진행자: 우리 한국에 대입해보면 자신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백화점 직원을 무릎 꿇게 하거나 땅콩 회항 사건 같은 갑질 진상 행동을 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이름이라 있겠는데요, 많고 많은 이름 하필 '캐런'일까요?

유화정 PD: 영국 매체 가디언즈 등에 따르면 캐런(Karen)이라는 이름이 가장 인기를 끌던 시기는 1960년대로, 1951년에서 1968년 사이에 태어난 신생 여아 이름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1965년에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해 2018년에는 468명 만이 ‘캐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데요.  현재의 5 - 60대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중년 백인 여성의 이름이다 보니 그들의 이미지를 대변하게 된 셈입니다.

덧붙여 설명드리면, 노예시절 미국의 흑인들은 그들에게 힘을 과시하려는 백인을 '미스 앤'이라 불렀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캐런이 이를 대신해 오만한 백인 여성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변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언어의 변화가 사회와 시대를 반영함에는 부정의 여지가 없습니다. 최근 쏟아져 나온 신조어들이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지구촌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데요.  영어권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부머 리무버'(Boomer Remover)라는 용어도 급속도로 퍼졌지 않습니까? 여기에서 부머는 베이비 세대를 말하죠?

유화정: 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에서 1965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 숫자가 크게 증가해, 이 시기에 출생한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 베이비 부머라고 부르고 있죠.

신종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신조어 ‘부머 리무버’는 코로나19가 고령자에게 치명적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고령자를 없앤다는 조롱의 뜻도 포함돼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연로한 기성세대가 많이 사망하면서, 코로나19가 바로 이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고령자들을 없애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인 혐오'를 대표하는 신조어로 떠오르면서 이 ‘부머 리무버’ 단어 출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기성세대의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How Covid-19 pandemic has changed our lives and brought a slew of words and expressions
How Covid-19 pandemic has changed our lives and brought a slew of words and expressions Source: AAP
진행자: 아무래도 SNS언론 등에 가장 빈번하게 노출되던 단어는 Covidiot 아닐까요?  미국 하와이의 카우아이 시장이 사용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Covidiot는 ‘Covid’와 멍청이를 뜻하는 단어 ‘Idiot’의 합성어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활동해 자신과 타인, 나아가 지역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을 말합니다.  마스크 착용 당부에도 굳이 나 쓰지 않는 사람들을 포함해서요.  언급하신 대로 지난 해 4월 하와이 시장이 섬 도착 후 14일간 자가격리 규정 등을 지키지 않아 체포된 플로리다 관광객들을 향해 "코로나 멍청이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이번에 체포된 사람들은 매우 높은 단계의 코로나 멍청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 밖에 영어권에서 나온 신조어로 코로나케이션(Coronacation)도 있습니다. 코로나19+방학(vacation), 즉 개학이 미뤄지거나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자 학생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을 마치 방학처럼 코로나케이션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신조어는 당시 사회 생활상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죠.  지난 언급된 단어들은 과거에 유행했던 단어로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컬처 IN, 오늘은 코로나 19만든 국내외 신조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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