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피아니스트 ‘조성진’ 세계 인기 1위… 클래식 대중화의 기폭제

AWARD-WINNING PIANIST SEONG-JIN CHO

AWARD-WINNING PIANIST SEONG-JIN CHO Source: Deutsche Grammop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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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미발표 곡 초연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세계인이 가장 선호하는 아티스트 25인’ 중 피아니스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최고 권위의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문장들은 화려합니다. 라이징 스타에서 젊은 거장 반열에 오른 ‘건반 위의 시인‘ 조성진이 최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피아니스트 1위에 선정됐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음악 항로를 비춰봅니다. 


  • 248년 전 모차르트 미발표 곡 조성진 손끝에서 살아나… 세계 초연
  •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쵸팽’ 애칭 얻으며 클래식 대중화의 기폭제 돼
  • 피아노는 5시간을 하면 정말 녹초 돼… 코로나로 음악 더 많이 들어

진행자:클래식은 몰라도 조성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말이 있을 만큼 세계적인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일찌감치 세계인들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피아니스트 선정은 늦은 느낌도 드는데요. 먼저 내용부터 소개를 주시죠.

유화정 PD: 클래식 음악전문매체 유디스커버뮤직(Udiscover Music)이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클래식 아티스트 25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 세계 1만 1000명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연주자를 물은 결과 조성진은 전체 클래식 아티스트 가운데 4위로 선정됐습니다. 피아니스트 중에선 첫 번째입니다.

전체 1위는 클래식 크로스오버 및 팝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하는 데이비드 가렛, 2위는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3위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앙드레 류로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부문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입니다.  

진행자: 엄밀히 말하면 조성진은 피아니스트로 1위이자 순수 클래식 연주가로서도 최상위에 오른 셈이군요. 세계인이 선호하는 아티스트에 한국의 이루마도 이름을 올렸다고요?

유화정 PD: 인기 있는 클래식 연주자 25명 가운데 피아니스트는 조성진을 비롯해 피아노의 여제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 현란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유자 왕, 그리고 중국의 자랑 랑랑 등이 있습니다. 클래식을 전공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로 활동하는 이루마는 25위에 선정됐습니다. 이로써 세계인이 선호하는 아티스트 25인에 총 두 명의 한국인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디스커버뮤직은 이루마에 대해 “대단한 모던 슈퍼스타'라고 정의하면서, 그의 콘서트는 흥행 보증수표이자 그의 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4억 회가 넘고 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이번 선정 리스트에는 이름을 대면 금방 알 만한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사이먼 래틀, 영화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 첼리스트는 요요마 등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에도 조성진의 활약은 두드러져 보이는데요. 2021 새해 첫날을 장식한 베를린 필의 신년 음악회에 협연자로 나서 세계적인 연주자의 입지를 굳혔죠?

유화정 PD: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베를린 필의 신년 음악회는 연주자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불립니다. 그만큼 갖기 어려운 무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콘서트로 진행된 2021 베를린 필 신년음악회에서 조성진은 신예 거장 안드리스 넬슨스의 지휘로 리스트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였습니다.  이날 콘서트는 최고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의 공연 플랫폼 'DG스테이지'를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됐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 베를린 필의 협연자 선정은 그 까다롭기가 상당한데요. 조성진은 2017년 베를린 필의 아시아 투어에서 처음 협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로, 지금까지 베를린 필과 협연한 한국 피아니스트는 조성진이 유일합니다.

진행자: 지난 1월,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역사와 직접 맞닿는 기념비적인 감동의 순간이 연출됐죠. 수백 년간 묻혀 있던 모차르트의 미발표 곡 ‘알레그로 D장조’조성진의 초연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건데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모차르트 작품이 새로 발견됐다는 것만으로도 클래식계에선 의미 있고 대단히 흥분되는 사건인데요. 모차르트의 265번째 생일인 1월 27일에 맞춰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역사적인 세계 초연은 온라인 클래식 채널 통해 세계 전역에 방영됐습니다.
The unknown Mozart: Seong-Jin Cho to give world premiere of Allegro in D
The unknown Mozart: Seong-Jin Cho to give world premiere of Allegro in D Source: Deutsche Grammophon
한국 내 클래식계는 음악 자체를 떠나 새롭게 발굴된 모차르트의 작품을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이 초연했다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초연이 되었는 가는 꼬리표처럼 역사적으로 남게 되죠. 조성진 개인에게도 더 없는 영광입니다.

진행자: 248전에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발굴이 됐나요?

유화정 PD: 모차르트 연구기관 모차르테움에 따르면, 모차르트 사후 막내아들인 프란츠 모차르트가 악보를 넘겨받았지만 유실됐고, 이후 백 년 전 파리의 고서점에서 발견된 뒤에는 경매에 붙여져 여러 수집가의 손을 거쳤습니다. 2018년에서야 제자리, 모짜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모차르테움은 약 3년간의 검증 과정을 거쳐 진품 악보임을 확인했고, 올해 1월 비로소 세상에 공개된 겁니다.

‘알레그로 D장조’가 쓰인 것은 1773년 초, 열일곱 살의 모차르트가 아버지와 함께 이탈리아 연주 여행에서 잘츠부르크로 돌아오는 길에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특이한 점은 모차르트가 오선지 위에 작곡한 것이 아니라, 백지에 오선을 직접 긋고 음표를 쓴 것이어서 아마도 여행 중 마차 안에서 떠오른 악상을 급히 옮겼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알레그로 D장조’는 총 70마디로 이루어진 1분 34초 길이의 짧은 곡입니다. 누나 난네르를 위해 쓰여진 것, 혹은 모차르트가 피아노곡 주문이 들어오면 완성하기 위해 악보로 적어 둔 미완성 작품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조성진의 초연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나요?

유화정 PD: 94초짜리 짧은 곡이지만 모차르트 곡의 특징인 경쾌하고 우아한 느낌의 역동성이 물씬 풍기는 곡으로 모차르트 사후 수백 년 잠들었던 음악이 젊은 아티스트 조성진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발랄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모차르트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날 초연은 17세의 모차르트가 쓴 악보 원본과는 조금 다르게 연주됐는데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자신만의 해석으로 꾸밈음, 아르페지오 등의 장식과 기교를 더해 다채롭고 영롱한 소리로 표현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초연 음반을 발매한 도이치그라마폰은 이곡을 ‘94 Seconds of new Mozart’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조성진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린 것이 2015쇼팽 콩쿠르 우승입니다. 이후 조성진에게 붙여진 애칭이 있죠.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이름 영어 표기 Cho쇼팽을 합쳐 ‘쵸팽’으로 불린다고요?

유화정 PD: 2015년 쇼팽 콩쿠르 당시 조성진의 결선 무대에 대해 “이 곡을 만든 20세 시절의 천재 쇼팽의 감성을 21세의 조성진이 녹여내기 적격이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몰입하게 한 연주였다”는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2017년 베를린 필과의 협연에서는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으로부터 “오늘날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릴 만한 연주자는 몇 명뿐이다. 그중 하나가 조성진이다.”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피아노의 시인은 바로 쇼팽을 이르는 수식어 죠.  아마도 그래서 얻은 애칭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자: 피겨 스케이팅이 김연아를 통해 대중적 관심을 끌어올린 것처럼,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한국 클래식 팬덤 확대와 대중화에 크게 기폭제가 됐는데요. 클래식 아이돌로 불리기도 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2016년 도이치 그라모폰과 함께 발매한 ‘쇼팽 콩쿠르 실황 음반’은 연말 한국 앨범 결산 차트 50위 중 유일하게 오른 비 아이돌 음반으로 최고 판매 기록을 내기도 했습니다  ‘조성진의 연주를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조성진 콘서트는 언제나 1분 매진이고, 클래식 음반은 꾸준히 판매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쇼팽에만 머무르지 않고 베토벤, 모차르트, 드뷔시, 리스트, 슈베르트, 베르크 등 연주와 앨범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의 듀오, 독일 가곡의 지존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의 호흡 등 종종 색다른 무대로 팬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진행자: 한동안 손흥민 선수와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 형평성 문제가 크게 이슈화 있었죠. 금메달 스포츠 선수에게 혜택을 주는 만큼 세계적인 K 아이돌 BTS에게도 병역 특례가 주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는데, 클래식 연주자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유화정 PD: 물론 조성진은 이미 15세였던 2009년 일본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우승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병역 문제로 인한 걱정은 사실 무의미한데요. 하지만 세계적인 콩쿠르 우승자도 이제 병역 특례 대상이 아닙니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병역 특례 혜택을 주는 국내외 음악 콩쿠르는 현재 소수이고, 이 마저도 폐지될 조짐입니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조성진의 나이 스물한 살이었는데요. 만약 병역 특례 혜택이 없었다면, 콩쿠르 우승 후 러브콜을 보내는 세계 무대를 포기해야 했을 겁니다. 그 사이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또 다른 스타들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거죠.  

진행자: 쇼팽 콩쿠르는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코스프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클래식 콩쿠르의 하나로 특히 피아노 부문만 진행되기에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최고의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쇼팽 콩쿠르는 매 5년마다 번씩 열린다고요?

유화정 PD: 쇼팽 콩쿠르는 쇼팽의 고향이자 그의 심장이 묻힌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매 5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콩쿠르이자 언급하신 대로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최고의 등용문입니다.  5년에 한 번씩, 1차 지역 예선을 거친 17~28세 사이의 연주자들이 2차 예선, 본선 1,2,3차, 그리고 마지막 결선 파이널 라운드까지 모두 쇼팽의 작품으로만 경연을 치릅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되면서 올해 대회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요. 올해 쇼팽 콩쿠르 지원자는 500여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1차 예선을 통과한 160명 중 16명이 한국 피아니스트라고 하는데요. ‘제2의 조성진’을 꿈꾸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건투가 기대됩니다.

진행자: 조성진 씨의 최근 동향이 전해졌다고요?

유화정 PD: “피아노는 5시간을 하면 정말 녹초가 돼… 어깨에도 손에도 안 좋고 해서 평소 하루 연습 5시간을 넘기지 않는다”는 조성진 씨는 코로나19로 음악을 더 많이 듣게 된다면서 “마땅히 할 게 없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나, 즐기려고 할 때나, 꼭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라고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전했습니다.

진행자: 오늘 컬처 IN최고의 경지에 오른 클래식 연주자이면서 클래식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주목해봤습니다. 끝으로 조성진의 세계 초연으로 듣는 ‘모차르트 알레그로 D장조’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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