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호주의 아시아 언어 사용자…다중언어 사회의 새 현안은?

Children in an Indigenous language class

Children in an Indigenous language class.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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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다문화 사회’이자 이제는 ‘다중 언어 사회’가 됐다. 다양한 지역 출신의 이민자들이 증가하면서 가정에서 사용되는 언어 또한 다변화하고 있다.


진행자: 기본적으로 각국 이민자들로 형성된 국가인 만큼, 길거리에서도 영어가 아닌 세계 각국의 언어를 듣는 것이 결코 낯선 일이 아닌데요. 특히 아시안 이민자 비중이 큰 만큼 다채로운 아시안 언어 사용자 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오늘 교육 대해부에서 함께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SBS 랭귀지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약 70여개 이상의 언어로 호주 뉴스를 매일같이 전달하고 있죠. 통계로 봐도 호주인들 가운데 4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집에서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닌데요. 호주가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사회기 때문에죠.  또 성인이 된 뒤에 이민을 하는 경우에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영어가 아닌 언어를 쓰는 경우도 심심찮고요.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만 생각해봐도 기본적으로 2개국어 혹은 3개국어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진행자: 그렇죠. 특히나 부모님 두 분이 서로 다른 모국어를 가지고 있고 모두 영어가 아닌경우 자녀는 3개 국어를 구사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가 호주에서는 그리 낯선 사례는 아니죠.

리포터: 맞습니다. 그래서 요새 같은 경우는 겉모습만 보고는 저 사람이 어느 나라 언어를 구사할지 판단하는 것도 사실 그리 쉽지가 않은데요. 이러한 가운데 특히나 호주에서는 아시아권 언어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실제로 호주는 영어와 더불어 악명 높은 백호주의 정책 시절 유럽권 국가의 이민자들을 위주로 받아 유럽권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의 비율이 주류를 이루다가, 20세기 말부터는 점차 아시안 언어 사용자가 늘어나는 언어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는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사용되는 언어의 종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거군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먼저 언어 다양성 자체의 측면에서 보면, 호주 사회 내에서 장기적인 추세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인데요,  인구학자인 글렌 카푸아노에 따르면, 지난 20년동안 호주 내에서 영어 외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의 수가 200만 명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차례대로 중국어인 만다린, 인도 언어인 푼자비, 이란과 중동 권역에서 사용하는 페르시아어와 다리, 그리고 힌디어 순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이 외에도 아랍어, 캔토니즈, 베트남어, 필리핀어 등의 사용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기존의 주류 유럽 이민자 언어였던 이태리어나 그리스어 사용자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민자들의 출신 국가가 다변화하고, 또 국가별로 이민자 유입 비중이 달라지면서 오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특히 이중에서도 단연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어인데요. 가장 최근 통계상으로는 가정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는 인구 수가 60만 명인 것으로 집계가 되는데, 2011년에 비해 26만 명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진행자: 사실 아시안 이민자나 유학생 대부분을 차지하는게 중국인 만큼 그런 부분이 통계에 반영되는 것 같은데, 엄청난 성장세네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전체 인구 분포도로 봤을 때 이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배경을 가진 인구의 비율은 전체의 2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 5명 가운데 1명은 영어를 외국어로서 말하는 셈입니다.

보통 외국인은 당연히 한국어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면 한국어를 못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런데 호주의 경우는 어느 언어가 모국어인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그 갈래가 정말 다양하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고 보여집니다.

진행자: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이민 인구 유입이 급증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최근 몇 십 년 사이 특히 두 나라에서 호주로 이민오는 비율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1900년대 중후반만 해도 인도와 중국을 합쳐서 두 나라에서 이민오는 비율이 1.6%에 불과했거든요. 당시 백호주의 정책이 1960년대까지유효했던 점도 있었지만, 70년대에 백호주의 정책이 폐지되고 인종에 제한 없이 이민이 가능해 지면서 2016년 경에는 15퍼센트 이상으로, 10배 가량 증가한 겁니다. 현재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되고요. 특히 호주 내 중국어 사용자의 경우 지난 20년 사이에 약 5배가 늘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유럽에서 아시아로의 언어적 대이동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요. 다시 말해  호주가 다문화 사회일 뿐 아니라 이제는 ‘다중 언어 사회’라는 말이 적합하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백호주의 정책 전후로 언어사용에 있어서도 대조적인 추세가 나타나는 거군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바로 이민 2세대들의 존재인데요. 부모님이 외국에서 이민을 온 이민 1세대고, 이 친구들은 호주에서 나고 자라 영어가 모국어이면서, 집에서는 부모님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죠. 호주통계청에 따르면, 이러한 이민 2세대들의 경우에도 40세 이상의 경우에는 집에서 부모님과 유럽 언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훨씬 높고, 40세 이하는 아시안 국가 출신 부모님과 아시안 쪽 언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더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진행자: 흥미롭네요. 이런 연령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의 종류가 차이나는 것 역시 대략 백호주의 정책 철폐 이전과 이후로 시기가 맞아 들어가는 것 같은데요.

리포터: 네 그렇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이민2세대의 경우 영어만 잘하면 되지 하는 생각에 부모의 모국어를 굳이 가르치지 않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새는 ‘언어가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많이 퍼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특히 한국어 같은 경우는 K팝과 우수한 문화 컨텐츠의 영향으로 외국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또 아시안 이민자 부모들의 경우에는 동양권의 문화와 서양권의 문화를 자녀가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언어가 되기 때문에 자녀를 다중 언어 구사자로 기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언어 교육 양상이 통계에도 반영이 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진행자: 이렇게 변화하는 언어사용 추세에 맞게 관련된 정책도 변화해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더 다 양한 통역 서비스나 해당 언어로 국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정부가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리포터: 네, 일부 영역에서는 다양한 언어로 정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시험은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볼 경우 영어 포함 총 10개 언어로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는데요. 또한 정부 정책 안내 같은 경우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번역본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소수 언어 같은 경우는 서비스의 질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경우도 존재할경우, 법정 통역사의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법정에서 진술을 하거나 재판을 받을수준이 해당 언어 사용 비율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소수 언어 사용자일수록 통역사를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점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점차 다문화 다언어 사회로 나아가는 만큼, 다양한 방향에서 어떻게 하면 이처럼 가정에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들에 대해 적절한 복지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역시 고려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네, 잘 알겠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소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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