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지구도 생일이 있다! … 4월 22일 '지구의 날(Earth Day)'

Earth Day 2022

PABest Susie Gray, from the Edinburgh Science Festival team, stands in the Firth of Forth at Portobello in Edinburgh, holding a giant black and red Earth to highlight the climate emergency and rising sea levels ahead of Earth Day on 22, April 2022. Photo credit: Jane Barlow/PA Wire Credit: PA/Alamy/AAPImage

'지구의 날(Earth Day, 4월 22일)'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1970년 미국에서 태동해 오늘날 매년 10억 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했다.


Key Points
  • 1970년 미국에서 민간인·학생운동으로 시작…10억 지구인의 환경 행사로 발전
  • 2024 지구의 날의 핵심 주제… '지구의 건강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
  •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초, 쓰는 데 5분, 분해되는 데는 500년 소요
  • 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은 먹이사슬의 마지막 단계인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
46억 년을 살고 있는 지구에도 생일이 있을까요?  

매년 4월 22일은 지구가 태어난 날은 아니지만 전 세계인의 지구를 생각하고, 지구를 위해 뜻을 모으는 ‘지구의 날’로 일명 ‘지구의 생일’이라고도 부릅니다.

올해로 54주년을 맞는 지구의 날은 1970년 미국에서 민간인과 학생 주도로 환경오염에 신음하는 지구를 돌아보고 환경 보호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됐는데요. 지구의 날 운동은 오늘날 매년 10억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의 날의 자세한 유래와 지난 50년의 성과, 지구의 날에 동참하는 방법 등을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프로듀서(이하 진행자): 먼저 지구에게 생일 축하 인사부터 전할까요? Happy Birthday, Earth!  지구의 날, 올해로 54주년이 된다고요?

유화정 PD: 지구의 날은 지구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날로 1970년 미국에서 태동돼 오늘날 전 세계 192개국 10억 명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기념일로 자리했습니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유엔 또는 정부와 같이 큰 집단이 제정한 날이 아니라 자연보호자들 즉 일반 시민들이 스스로 앞장서 만들어낸 환경보호의 날이라는 점입니다.

진행자: 환경보호라는 같은 맥락에서 UN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6월 5일)'이 있죠. 이와는 달리 민간의 움직임으로 출발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겠네요. 그런데 호주에서는 매년 3월 말 '어스아워(Earth hour)'를 실천하고 있죠. '지구의 날(Earth day)'과 이름이 비슷해 혼동이 되기도 하는데요.

유화정 PD: 어스아워(Earth hour)는 2007년 처음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된 환경운동 캠페인입니다. 3월 마지막 토요일에 전 세계가 함께 60분 동안 일제히 불을 꺼 야간 조명으로 인한 전력 소비와 지나친 빛공해를 줄여보고자 국제적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 프랑스 에펠탑, 이탈리아 콜로세움,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18,000여 개에 달하는 세계 주요 랜드마트가 희망과 연대의 상징인 '1시간 소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스아워는 지구에게 휴식 시간을 주기 위한 조명 끄기 행사이자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4월 22일 지구의 날에도 같은 맥락의 소등 캠페인이 개최되는데요. 한국에서는 매년 4월 22일 오후 8시가 되면 10분간 정부 공공기관, 기업 건물, 지역 명소 등에서 소등을 합니다.

진행자: 2007년 호주에서 시작된 환경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와 약 20일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지구의 날 어스데이(Earth Day)는 미국에서 시작됐다고요. 유래를 들어볼까요?

유화정 PD: 지구의 날 태동은196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해변에서 발생한 최악의 대규모 원유 유출사고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랫동안 미국의 악화된 환경에 대해 우려해 왔던 위스콘신 주 출신의 상원 의원인 게이로드 넬슨은 산타 바바라의 기름 유출 참상을 계기로 대중의 의식에 대기와 수질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결심하게 됩니다.

넬슨 상원의원은 당시
대한 학생들의 반전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학생들의 에너지를 환경 운동에 활용하고자 전국 언론에 대학 캠퍼스에 대한 강의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학생들의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봄방학과 기말고사 사이에 있는 평일인 4월 22일(1970년)을 선택한 것이 오늘의 지구의 날 태동의 시작점입니다.

진행자: 베트남전에 대한 학생들의 반전 운동의 에너지를 환경 운동에 활용한 아이디어가 주효했군요.

유화정 PD: 스탠퍼드 대 학생회장이었던 젊은 학생 운동가 데니스 헤이즈가 발 벗고 나서 첫 행사를 열었는데, 지구의 날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날 당시 미국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2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거리, 공원 및 강당으로 나와 150년간의 산업 발전이 인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영향에 맞서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수천 개의 대학들이 환경 악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고 도시, 마을, 지역사회에서 대규모 해안 집회가 열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고조됐고, 서서히 국제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1990년대 이르러서는 '지구의 날'이 세계적 규모의 시민운동으로 확산됐습니다.
Journalist Rayane Tamer reports on the latest environmental concerns.
Earth's check-up finds it's now two-thirds of the way to becoming unliveable. Source: SBS
진행자: 그런데, 1970년 지구의 날 태동에 앞서 이미 1960년대 초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고취시키는 책이 발간됐다면서요.

유화정 PD: 1970년 첫 번째 지구의 날이 기념되기까지 수십 년 동안 미국인들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운송수단을 이용했고, 기업은 아무런 규제 없이 오염된 가스와 폐기물을 배출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초래된 대기 오염은 번영의 냄새로 받아들여졌고 이 시점까지 주류 미국은 환경문제가 인간의 건강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대체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 발표됐는데요. 이 책은 생명체, 환경, 오염과 공중 보건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24개국에서 500,000부 이상이 팔리면서 환경 인식의 전환점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매년 10억 명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환경기념일인 '지구의 날'행사의 2024년 올해의 세계 공통 주제는 "플래닛(Planet) vs 플라스틱(Plastics)"으로 발표됐는데, '지구와 플라스틱  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우리 주변의 플라스틱 사용은 심각 이상 수준을 넘어섰죠.

유화정 PD: 수년 전 순백의 북극곰이 검은색 비닐봉지를 뜯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충격을 던진 바 있습니다. 그동안 지구온난화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자연 다큐멘터리 등에 자주 등장하던 북극곰이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쓰레기에도 노출된 실상을 보여준 것인데요.

2018년에는 태국 남부 해안에서 건강 상태가 안 좋은 한 고래가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고래 뱃속 위에서 80장이 넘는 비닐봉지가 발견됐습니다. 이처럼 해양 동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거북이의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모습을 담은 영상도 충격을 던졌죠.  핀셋을 이용해 빨대를 빼내는 과정에서 거북이가 피를 흘리는 모습이 참 안쓰러웠는데요.

유화정 PD: 이미 바다 거북이 약 3분의 1과 바닷새의 90% 이상이 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연구진에 따르면 세계 약 700종의 해양동물 뱃속에서 이미 플라스틱 쓰레기가 검출됐고, 이 가운데 17%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하는 종이라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해양 생물을 위협한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닌데요. 현재 바다에 부유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느정도인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나, 2015년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소개된 한 논문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 세계 192개국의 해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800만 t~1270만 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를 오염시킬 경우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AT SEA PLASTIC GARBAGE COLLECTION
A handout photo made available by The Ocean Cleanup shows the company's ocean cleanup prototype System 001/B capturing plastic debris in 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 in the Pacific Ocean, 30 September 2019 (issued 03 October 2019). EPA/THE OCEAN CLEANUP HANDOUT HANDOUT EDITORIAL USE ONLY/NO SALES Credit: EPA/AAPImage
진행자: 플라스틱이 자연 생분해되는데 최대 500년이 걸린다는 과학적 추정이 나왔죠.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초, 쓰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문제는 경각심과 별개로 플라스틱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요.

유화정 PD: 플라스틱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 합성수지로 가볍고 단단한 데다 다양한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낼 수 있는 극대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플라스틱 제품은 우리 일상생활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생산된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것은 3~5%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매립되거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죠. 특히 최근 가장 큰 문제로 대두한 것은 '미세 플라스틱'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바다의 파도와 바람 등에 잘게 부서진 크기 5㎜ 이하의 플라스틱을 말하는데, 물고기와 바닷새가 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면 결국 먹이사슬의 마지막 단계인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 환경 적신호를 감지한 세계 각국은 2020년부터 1회 용품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정부가 앞장서 친환경 정책과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요. 호주에서는 멜버른의 한 기업체가 일회용 커피 컵을 대체할 수 있는 '먹는 커피 컵'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탈 플라스틱' 흐름 속에 호주 역시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꿈꾸며 친환경 포장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먹는 커피 컵은 멜버른 소재의 스타트업 '굿 에디(Good Edi)'가 오트와 기타 곡물로 만들어진 과자 컵을 선보인 것인데요. 바삭한 식감의 커피 컵은 약 45분 정도 뜨거운 커피를 변형 없이 담을 수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조금씩 베어 먹어도 되고요. 개당 가격이 좀 높아 1.25 호주달러(한화 약 1000 원)로 회사나 기관의 이벤트 행사용으로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경우 해초 부산물로 만든 자연 생분해 일회 용기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데, 한국 '마린이노베이션'이 내놓은 이 친환경 소재 용기는 폐기 후 52일이 지나면 100% 완전 생분해되는 것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증받았습니다.

진행자: 정리해 보죠. 끝으로 올해 지구의 날 기념에 동참하는 방법,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유화정 PD: 2024 지구의 날 주제인 "플래닛 VS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위기를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지구인들의 약속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지구 보호의 시작은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일회용품 사용과 패스트패션(Fast Fashion) 같은 소비를 지양하고 지속 가능한 현명한 소비를 추구하는 것. 또 평소 우리가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듯 지구도 우리의 집임을 인식하고 해변, 산, 강 및 기타 자연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호주에서는 한인동포들로 구성된 한인 환경운동 단체 '진우회'가 20년 넘게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매월 세째 주 토요일 환경정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지구의 날을 기념해 취재를 다녀오셨다고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날 또 함께 모여서 청소를 하는 행사가 있어서 직접 취재를 다녀왔고요. 이에 대한 방송은 내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유화정 PD: 하루만의 기념일이 아니라 매일을 '지구의 날' 처럼 보듬고 돌보는 마음, 이러한 일상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지구를 구하는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행자: 올해로 54주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태동부터 발전, 그리고 지구를 향한 미래의 약속까지 다각적으로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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