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코로나 이후 기부 주도하는 ‘MZ세대’...기부 문화 젊어진다

‘Generation MZ’ leading the donation culture

‘Generation MZ’ leading the donation culture Source: 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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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바뀐 새로운 생활 습관을 기부 및 선행으로 발전시키는 ‘MZ세대(20~30대)’들이 늘면서 기부 문화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


Highlights
  • 인터넷 MZ세대… 특성 살려 코로나 기부 적극 참여
  • 후원·모금 아닌 기부런, 기부굿즈 등 취미 살린 기부
  • 기부 경로 플랫폼 다양화가 2030 세대 참여율 높여
  • 코로나 사태로 기른 머리… 소아암 환자 가발 만든다
코로나로 바뀐 새로운 생활 습관을 '소소한' 기부 선행으로 발전시키며 가치 기부에 적극 동참하는 '2030 세대’늘고 있습니다.  비대면 방식의 기부 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MZ세대’기부 활동, 컬처 IN에서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달라지면서 기부 문화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는 소식인데, 코로나 이후 한국에서 20~30이른바 ‘MZ세대’ 기부자가 늘고 있다고 하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기부자가 젊어지고 있는데요.  그간 기부에 소극적이라고 여겨지던 청년 세대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한국내 기부의 중심에 있던 40대 이상 기부자는 줄어들고, 이른바 ‘MZ세대’라는 20~30대 기부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는 한국 내 재난 모금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코로나19 모금 현황을 중심으로 기부·모금 흐름을 분석한 ’2021 기부 트렌드'에서 보고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기부를 이끈 주된 동력은 MZ세대로, 2020년 코로나19 특별 모금에 참여한 기부자 가운데 2030세대의 비율은 무려 38.2%에 이릅니다.

진행자: 특히 코로나 기부에서는 기부자가 직접 모금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례들이 두드러졌는데,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동원됐다고요.  SNS상에서 자발적으로 기부를 독려한 ‘#1339 국민 성금 캠페인’이 대표적인 죠?

유화정 PD:  ‘#1339’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번호이죠. 바로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콜센터 번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요. 이 숫자를 이용해 1339원부터, 1만 3390원, 13만 3900원 등 숫자 1339를 연상할 수 있는 금액을 기부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입니다. 대구 청년 단체에서 시작한 이 캠페인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지난해 3월부터 두 달간 59,000 명이 참여해 19만 5천 호주달러(1억 7천만 원)를 모금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학생들이 커뮤니티 중심으로 캠퍼스 모금 캠페인을 기획한 사례도 크게 호응을 얻었는데요. 특히 모금 현황을 SNS 등으로 실시간 중계하고 최종 기부처도 채팅방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등 신선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캠퍼스 모금 캠페인은 국내 17개 대학에서 잇따라 진행되면서 모금액은30만 7천 호주달러(2억6750만원)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비대면 방식의 기부 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MZ세대’들은 단순히 기부금 모금만이 아닌 코로나로 바뀐 새로운 생활 습관을 다양한 방식의 기부 선행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요?

유화정 PD: 우선 개인의 영향력을 민감하게 인식하는 M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은 기부를 하나의 문화로 즐기며 친숙하게 느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SNS나 인터넷을 손쉽게 사용하고 온라인 소통을 잘하는 2030 세대의 특성이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기부활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MZ세대는 단순 후원이나 모금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기부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재능기부 등 자신이 가진 특기를 살려 다양한 영역에서 기부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기부 문화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Donation Run: GIVE 'N RACE
Donation Run: GIVE 'N RACE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기부런’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후원금 형식의 참가비를 내고 일정 거리를 달린 후 SNS인증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이라고 하죠?

유화정 PD: 기부와 러닝(running)의 합성어입니다.  ‘기부런’은 ‘비대면 마라톤’을 통해 참여하는 기부 형태인데요. 비대면 마라톤은 일반 마라톤과는 달리 개인이 각자 원하는 장소, 시간에서 어플을 이용해 뛰는 방식입니다.  

요즘코로나19로 인해 헬스장을 다니지 못하는 2030 세대들이 ‘홈트’ 홈트레이닝이 유행이라고 하죠.  기부런은 자신이 평소 즐기는 취미와 함께 기부를 진행함으로써 만족감을 두 배로 느낄 수 있어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뛰면 뛸수록 건강해지고 기부 금액도 커지는 것이죠.

뿐만아니라 일상 용품을 구입해 후원금을 전달하는 ‘기부굿즈’도 대세인데요. 유기견 후원 팔찌를 구매한 한 여고생은 “학생 신분으로 기관이나 단체에 지속적으로 후원하기 부담스러울 것 같아 패션 소품인 기부 팔찌를 구매했다”며 작게나마 유기견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라고 SNS에 소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Donating to Wigs For Kids During COVID-19
Donating to Wigs For Kids During COVID-19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돈이 아니더라도 기부할 있는 방법, 즐기면서 다양한 기부 문화를 창출하는 2030 세대들의 이러한 기부를 '소소한 기부'라고 부른다고 하죠.  그런데 머리카락 기부도 있다고 요?

유화정 PD: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미용실을 한동안 다니지 못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른 머리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가발을 만드는 봉사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것인데요.  면역력이 떨어진 소아암 환자들은 일반 가발보다 화학물질 노출이 적은 인모(人毛) 가발을 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머리카락 기부는 파마 염색 탈색 등을 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모발이어야 하고 25cm 이상 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요.  최근 건강한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들의 기증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진행자: 영국의 왕세손빈 케이트 미들턴이 투병 아이에 가발 만들어 선물하는 단체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미담으로 화제가 있었죠?

유화정 PD: 네. 항상 긴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케이트 미들턴은 2017년 셋째 샬롯 공주를 임신했을 당시 켄싱턴궁에서 머리를 커트했고, 잘라진 머리카락을 모아 영국의 자선단체 ‘리틀 프린세스 트러스트(Little Princess Trust)’에 기부했는데요. 

'리틀 프린세스 트러스트'는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어린 환자를 위해 사람의 실제 머리로 가발을 만들어 선물하는 시민단체로, 2006년 5살 된 딸을 암으로 잃은 부모가 직접 설립했습니다.

케이트 미들턴은 대중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 이름대신 ‘켄싱턴 지역에 사는 한 여성’이라고 익명으로 기부했던 것인데, 뒤늦게 이 사실이 밝혀져 왕실의 미담이 됐죠.

머리카락 도네이션 (hair donation)은 호주에서도 많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체로 1975년에 시드니에서 시작해 호주 전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버라이어티(Variety)가 있습니다.
Kate donated her hair to make wigs for young cancer patients.
Kate donated her hair to make wigs for young cancer patients. Source: EPA
진행자: 취약계층을 돕는 후원단체들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자선단체들도 크게 외면을 받고 있다고 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호주 자선단체의 모금 액수는 크게 줄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죠?

유화정 PD: 자선지원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 CAF) 통계에 따르면 호주 성인의 75%가 자선단체에 기부하며 국민의 3분의 1 이상, 즉 호주인 8명 중 한 명은 자선 기관 등을 통해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비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호주에서 살면서 느끼는 여러 좋은 문화중에 하나가 기부입니다. 호주에서는 아이들도 교육현장에서 적게는 동전부터 누군가를 돕는데 동참하는 것을 배우게 되죠. 하지만 기부 문화가 생활화 되어있는 호주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부금 액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2020년에는 전년도 대비 7.1% 가 감소했고, 2021년에는 11.9%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제대군인 지원단체인 레거시(Legacy)에 따르면 75년 동안 길거리 모금 행사를 해 왔지만 팬데믹 이후 거의 모든 이벤트를 취소해야 했고, 지난해 모금액은 평년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Lunchbox delivery for undernourished children, happy two meals challenge
Lunchbox delivery for undernourished children, happy two meals challenge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후원금 감소뿐만 아니라 방역수칙 강화로 취약계층에게 직접 물품을 전달하기 어려워진 상황도 자선단체의 활동폭을 축소시켰다고 봅니다.  한편, 음식 배달 앱을 통해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보내는 기부에도 많은 젊은 세대가 동참하고 있다고 있다고 해요.

유화정 PD: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정의 돌봄 공백, 여기에 비대면으로 학습 공백까지 겹친 취약계층 아동들이 그중 하납니다. 특히 온라인 수업으로 비대면 등교가 지속된 한국에서는 학교 급식을 받지 못해 하루 한 끼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기 어려운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결식아동에게 도시락 보내기 캠페인은 ‘행복두끼 챌린지’로 불리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하루에 최소 두 끼는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SNS에 식사 인증 사진을 게시하면 게시글 수만큼 아이들에게 도시락이 지원된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배달 음식 식습관이 기증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바람직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에서도 음식 배달 서비스가 호황인데 이런 좋은 아이디어는 호주에서도 공유하면 좋겠네요. 배달 서비스가 편리하긴 한데 넘쳐나는 플라스틱 컨테이터, 플라스틱 포크 나이프 등이 사실 골치예요..

유화정 PD: 그렇죠. 더구나 쓰지 않은 채 버리자니 왠지 죄짓는 것도 같고요.  한국에서는 일반 가정에서 쓰지 않는 일회용품 수저도 기증받고 있습니다. 기증품은 코로나19 이후 음식을 배급할 때 일회용품을 써야 하는 무료급식소, 취약계층 도시락 업체 등에 보내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2030 세대가 코로나 이후 '소소한 기부'에 동참하는 일면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코로나 19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기부 형식과 방법도 다양화 추세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컬처 IN, 최근 기부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MZ세대의 다양한 기부 활동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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