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한결같은 환경 정화 운동… 진우회 “호주에서 한인 위상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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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left to right: Austin Kim (84), Choon-Kil So (84) and Hyun Ho Park (76) for the FITA (Fraternity in Truth Association). Credit: SBS Korean

한정태 라이드시 부시장은 호주 사회에서 진우회가 한인의 위상을 세워주고 있다며 진우회는 라이드 시의 손흥민이고 BTS라고 말했다.


은퇴 후 김석환 씨는 성당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식사도 함께하고 등산도 함께 했습니다.

20여 년전 블루마운틴을 등산하면서 발견한 한국 라면 봉지, 20년이 넘도록 사회봉사 활동으로 이어질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블루 마운틴을 걷는데 한국어가 적힌 라면 봉지가 유난히 눈에 띄는 거예요. 이런 산꼭대기에 한국 상표가 공공연히 적힌 쓰레기가 있다는 사실이 창피했어요. 그래서 라면 봉지를 감추듯이 집어 들었죠. 그러고 나서 보니까 주위에 쓰레기가 제법 많더라고요. 기왕 라면 봉지를 주운 김에 다른 쓰레기도 줍기 시작했죠. 거기에서 시작된 거예요.”

이렇게 시작된 환경 정화 운동은 22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석환(84) 씨와 한인 10여 명이 함께 만든 진우회, 참 진(眞)자에 벗 우(友)자를 써 참된 친구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진우회’ 회원들은 매달 셋째 주 주말에 함께 모여 시드니 공원, 해안가, 도심 지역의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김석환 씨는 “고국이 수치스러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이제 글로벌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제 이곳 호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환경단체로 우뚝 서게 됐죠”라고 말했습니다.

진우회 회원들은 4월 20일 토요일에도 환경 정화 운동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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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A volunteers are collecting the trash around the KOKODA Memorial Park. Credit: SBS Korean
진우회는 2006년부터 UNEP의 Clean Up the World에 참여하고 있고 Clean Up Australia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매년 7천만 톤이 넘는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1977년 호주로 이민 온 김석환 씨는 “호주는 나의 집이고 공원과 강변은 우리 집 뒷마당과 같다”고 말합니다.

진우회 초창기 멤버 중 한 명인 소춘길(84) 씨는 진우회를 만든 초기만 해도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어요. 처음 이일을 시작했을 때는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었어요. 그런데 열심히 하다 보니까 정부에서도 호응을 해줘서 고맙습니다. 20년 넘게 이 일을 하다 보니 상도 많이 받았어요. 이제 회원들의 연세가 많으니까 젊은 사람들도 호응해 주면 좋겠어요.”

처음 10여 명으로 시작된 진우회의 규모 역시 커졌습니다. 박현호(76) 진우회 코디네이터의 말입니다.

“처음에는 10명 정도가 시작했지만 요즘은 매달 40명에서 50명이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어요. 1년에 두 번 큰 행사가 있는데요, 3월 클린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와 9월 클린 월드데이에는 어린이와 중고등학교 학생까지 참가해 약 90명에서 100명이 모이고 있습니다.”

박현호 코디네이터는 진우회 활동에 젊은 한인 동포들이 동참하길 바란다며, 요즘 진우회에서는 차세대 환경 지도자를 세우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합니다.

“이 운동을 시작했던 초기 멤버들이 이제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고 있어요. 이 운동이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어요. 깨끗한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죠. 요즘에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젊은 차세대 환경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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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left to right: Ho Jun Jang (32), a postdoctoral research fellow at the University of Sydney and Esther Oh, the president of the Australian Korean Association of Sydney & NSW. Credit: SBS Korean
시드니 대학교에서 농업토양 박사 과정을 마치고 리서치 팰로워로 일하는 장호준 박사(32)는 진우회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젊은이 중 한 명입니다.

2010년 유학생으로 호주 땅을 처음 밟은 장호준 박사는 “환경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며 “작게라도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데 동참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진우회 활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고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2021년 시드니 라이드 시는 진우회의 봉사 활동에 감사함을 표하며 키싱포인트 공원에 진우회에 대한 기념 동판을 제작했습니다.

2020년 진우회 기념 동판에 대한 동의안을 공동 발의했던 트렌톤 브라운은 현재 라이드 시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라이드 시장은 “그들은 20년이 넘도록 우리 지역 사회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라이드시에 오랫동안 지속적인 헌신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훌륭한 시민 의식과 훌륭한 행동을 인정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지역 사회에 중요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우회 환경 정화 운동에 동참한 오혜영 시드니 한인회장은 진우회 환경 정화 운동에 나서고 있는 회원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22년 동안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열심히 나오신 분들이에요.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에 우리 한인 단체가 호주 전체 사회를 위해서 이렇게 봉사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요. 호주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 모든 한인단체들이 호주 사회에 봉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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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left to right: Trenton Brown, the Mayor and Daniel Han, the deputy Mayor of the City of Ryde. Credit: SBS Korean
한정태 라이드시 부시장은 호주 사회에서 진우회가 한인의 위상을 세워주고 있다며 진우회는 라이드 시의 손흥민이고 BTS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민자 1.5세대인데요. 호주에 먼저 오신 1세대 분들께서 환경 보호를 위해서 이렇게 봉사해 주시고, 지역 사회를 섬겨 주시고 계시기에 한인 동포로서 너무나 자랑스럽니다. 어르신들이 이곳 라이드 시에서 한인의 위상을 세워주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정말 우리 라이드시의 손흥민이자 BT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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