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세계 각국 코로나 백신 접종 가속화 위한 '당근책' 제시

Australia's Prime Minister Scott Morrison receives a dose of the Pfizer Covid-19 vaccine  on February 21, 2021.

Australia's Prime Minister Scott Morrison receives a dose of the Pfizer Covid-19 vaccine on February 21, 2021. Source: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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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접종 독려를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제재보다는 ‘당근’ 유인책 전략으로 복권 장학금 아파트 등 각종 인센티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접종자를 대상으로 다양하고 획기적인 유인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00만 달러(134만 호주 달러) 복권이 등장했고, 홍콩에서는 아파트 경품이 등장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들여다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백신 접종 독려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제재보다 ‘당근’ 유인책 전략
  • 코로나 백신 접종 인센티브 봇물…현금 복권 장학금 아파트 대마초까지
  • 1956년 소아마비 백신 캠페인…엘비스 프레슬리 공개 접종 성과 이뤄
  •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인구 70%에게 면역력이 형성돼야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2020년에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집에 있었지만, 2021년에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최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국민들이 백신 접종에 앞장서 달라고 촉구한 것인데요. 백신 접종 홍보를 위해 각국 정부 수반들이 공개 접종을 시도하며 국민들의 백신 참여를 독려하고 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가운데 백신 접종 홍보를 위해 각국의 대통령, 총리 보건장관 등 최 윗선 지도자들이 '1호 접종자'로 공개 접종에 나선 경우가 많습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18일 1차 화이자 백신을 공개 접종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라며 뉴질랜드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호소했습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연방 총리는 지난 2월 21일 화이자 백신을 공개 접종했습니다. 당시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에서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시기였죠. 호주는 6월 말 현재 접종률 3퍼센트로 호주 역시 접종 속도가 상당히 뒤처져 있기 때문에 대규모 접종센터를 개설하고 접종 연령을 조정하는 등 접종 속도를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과학자들은 이른바 '집단면역(Herd Immunity)’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인구 70%에게 면역력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유화정 PD: 집단면역은 충분한 수의 인구가 면역력을 갖게 되면 바이러스도 더는 퍼지지 않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집단 내 면역력이 있는 개체가 70%가 넘으면 나머지 30%에게는 해당 감염병의 추가 전파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데요.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많은 집단에서는 감염원이 유입될 경우 감염병이 빠르게 전파되지만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 많은 집단에서는 감염원이 유입되더라도 면역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감염병 전파가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미국 감염병 관리 최고 관리자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70~85%가 백신을 접종받으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Elvis Presley receives a polio vaccination from doctors at the CBS studios, New York, in 1956.
Elvis Presley receives a polio vaccination from doctors at the CBS studios, New York, in 1956. Source: New York Daily News
진행자지난 방송에서는 전쟁보다 무서운 전염병의 역사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과거에도 백신 접종 홍보 캠페인이 있었고, 유명 스타가 등장해 실제 큰 홍보 효과를 거둔 바 있는데, 바로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 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1950년 대 중반 미국은 소아마비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국가 재난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당시 '하트브레이크 호텔'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주가를 올리던 엘비스는 1956년 10월 '더 에드 설리번 쇼'(The Ed Sullivan Show)'에 출연해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소아마비 백신주사를 맞는 장면을 선보였는데요.

엘비스 프레슬리의 백신 접종 장면이 방영된 이후 삽시간에 소아마비 백신 접종 붐이 일었습니다. 그 결과 1954년 4만 명에 달했던 환자는 1957년 5천500명 밑으로 80% 가까이 떨어졌고, 같은 기간 사망자 또한 1천450명에서 221명으로 줄었습니다. 엘비스 척 베리, 리틀 리처드 등 다른 록앤롤 스타들과 함께 국립 소아마비 재단 기부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이후 소아마비 극복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와 유사하게 영국에서는 유명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해시태크를 달거나 심지어 영국 여왕이 백신을 맞는 모습이 상당히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제안 등이 나오기도 했죠?

유화정 PD: 코로나19 백신 접종 홍보 적임자로 영국의 유명 방송인이자 동물학자인 데이비드 아텐버러 경이 꼽히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유명인들도 다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거부감 없이 백신 주사를 맞도록 유도하는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 자문단의 슈테펜 라이허 교수는 "사람들의 의견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유명인을 동원한 캠페인이 과거와 같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전 세계적으로 백신 홍보 캠페인이 일면서 코로나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국가별 특색도 나타나고 있죠?

유화정 PD: 지난 5월 뒤늦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태국 북부 매챔 지역 당국은 예약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며칠 만에 급변했고 현지 관리들은 하루 접종자가 수백 명에서 수천 명으로 늘었다고 보고하기 바빴습니다. 이유는 바로 경품으로 제공된 '소' 때문이었는데요. 이에 고무된 태국 정부는 2021년 내내 백신 접종을 마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매주 소 한 마리 씩을 경품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코로나 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홍콩에서는 아파트 경품이 등장했다고요?

유화정 PD: 접종자 중 1등에게 주어지는 경품입니다. 가격이 1천80만 홍콩달러(약 175만 호주 달러)인 42㎡ 면적 (13평)의 새 아파트입니다. 인도 구자라트주 라지코트에서는 금 세공인들이 백신 접종 시민을 대상으로 금 코찌를 증정하는 특별 공짜 행사를 기획했고, 두바이 정부는 접종을 마친 시민들에게 정부가 2주 무료 체육관 회원권을 제공했습니다.

현금을 보상책으로 내놓은 나라도 있습니다. 세르비아 정부는 백신 접종자에게 현찰 30달러 제공을 약속했습니다. 중국에서는 공짜 달걀이나 상품 구매 시 할인으로 접종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Vaccine Freebies Abound for Those Who Get the Shot
Vaccine Freebies Abound for Those Who Get the Shot Source: aarp


진행자: 백신 접종을 일찌감치 시작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던 미국에선 특히 다양한 유인책이 등장했는데, 현금 증정 및 로또 복권, 장학금에 심지어 대마초까지 증정품으로 나왔다고요?

유화정 PD: 미국에서는 주 정부별로 앞다퉈 유인책을 내놓고 있습니다.뉴욕시는 백신을 맞는 뉴욕 시민은 상금 500만 달러(669만 호주 달러)를 딸 수 있는 복권 스크래치 카드를 증정, ‘백스 앤 스크래치(Vax & Scratch)’ 캠페인을 벌이면서 ‘9명에 1명이 복권에 당첨되는 셈’이라며 접종을 장려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2세 이상의 백신 접종자 가운데 30명을 뽑아 5만 달러를 주기로 했고, 콜로라도 또한 백신 접종자 중 5명에게 각각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습니다.

미시간 주의 한 대마초 판매점은 접종자들에게 공짜로 대마초 조인트(종이에 말아 피는 대마초)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행사를 진행 중인데요. 지난 2월에 행사를 시작한 이후 조인트 3만 5000여 개 나가는 등 압도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장학금을 주는 장려책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학생에 한 해서이겠군요.

유화정 PD: 델라웨어에서는 백신 접종자에게 휴가 상품권이나 도로 무료 통행권 혜택이 주어지고, 12~17세라면 주립대학 전액 장학금의 혜택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뉴욕 주에서도 복권 지급과 함께 대학 전액 장학금을 상품으로 내놓았습니다. 오하이오에서는 성인 접종 자 5명을 뽑아 각각 1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미성년자에게는 4년 장학금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이같은 장려책이 백신 접종률을 높인다는 실증 사례도 나왔습니다. 오하이오주 백신 접종률이 18∼19세 46%, 20∼49세 55%만큼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16∼17세는 94%까지 접종률 급증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가장 최근에는 유명 데이팅 플랫폼과 제휴해 백신 접종자에게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유화정 PD: 오는 7월 4일까지 성인 70%에게 최소 한 차례의 백신을 접종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은 특히 백신 접종을 꺼리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틴더, 힌지, 범블 등 여러 유명 데이팅 플랫폼과 제휴해 백신을 접종한 데이팅 앱 사용자들이 프로필에 백신 완료를 인증하는 "백신 배지"를 달 수 있고, 특별한 혜택을 받는 이색 유인책을 내놓은 건데요.

백악관은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백신 접종이 건강에도 좋지만, 연애엔 더없이 좋다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습니다.데이팅 앱 오케이 큐피드에 따르면 백신을 맞았거나 맞을 계획이 있는 사람은 안 그런 사람보다 커플 매칭 확률이 14%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Tinder has encouraged users to go on ‘virtual’ dates during the coronavirus pandemic.
Tinder has encouraged users to go on ‘virtual’ dates during the coronavirus pandemic. Source: CNN


진행자: 효과가 있군요. 영국에서도 이 방법을 도입했다면서요?

유화정 PD: 영국에서는 영국의 온라인 데이트 매칭 앱에서 사용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지 혹은 백신 접종을 장려하는지 등을 보여주는 스티커가 등장했는데요. 일부 데이팅 앱에는 무료 크레딧이나 프로필 향상, 가상 장미 증정, 혹은 "완전 좋아요 (super likes)"와 같은 추가 비용이 드는 프리미엄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같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을 위한 추가 인센티브도 포함돼 있습니다.

영국의 유명 데이팅 앱 범블은 회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붐비는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편한 지 여부 등과 같은 데이트 선호도를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진행자: 호주에서도 최근 의약품허가청(TGA)이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승인했는데요. 세계 각국의 백신 접종 촉구를 위한 이른바 이러한 ‘당근’ 전략이 과연 접종률 증가 현상으로 이어질까요?

유화정 PD: 연구에 따르면 과거 다른 질병의 예방 접종에 대해서도 보상은 접종률 증가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요. 2015년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의 연구에 따르면 현금 상품권을 제공하자 런던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현저히 접종률이 높아졌습니다.

이와 유사한 효과가 2019년 미국 하버드 대학이 진행한 나이지리아 농촌 지역 내 여성들의 파상풍 예방 접종 관련 연구에서도 보상이 접종률을 높인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각국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행동 과학자들은 ‘단순한 보상 제공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라며 유인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죠?

유화정 PD: 미국의 행동 과학자 미테시 파텔 박사는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은 사람들을 '백신 주저'와 '백신 무관심'이라는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면서  “백신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예방 접종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접종 예약과 외출을 위해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자제하고 있다. 금전적 보상은 이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톡스 배르드 박사 역시 단순히 보상만 제공하면 백신에 대한 회의론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잠깐, 만약 백신이 그렇게 좋다면 왜 백신을 맞는 대가로 뭔가를 주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백신을 주저하는 그룹에 백신 접종을 하도록 설득하려면 접종자 대상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같은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의 벤 카스스탄 의료인류학 박사는 “예방 접종을 한 사람들에게 더 완화된 여행 규칙을 적용하는 것도 강력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합니다.

진행자: 코로나 백신 접종 장려를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발을 불러일으킬 제재보다는 '당근책'을 제시해 코로나19에 대한 집단 면역을 달성한다는 전략입니다. 각국의 백신 접종 인텐시브, 컬처 IN에서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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