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은 저에게 큰 스승님"...호주 한인 시니어 배우 '이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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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공영 SBS TV 드라마 Night Bloomers에서 주역으로 열연한 호주 한인 시니어 연극인 이영신 배우. Credit: SBS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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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공영 SBS의 화제작 드라마 'Night Bloomers'에서 주역으로 열연한 한인 시니어 연극인 이영신(68)의 무대와 인생 이야기를 만나본다. 한국의 무속과 전통을 토대로 한국계 호주 디아스포라의 다양한 이민 경험을 다룬 드라마 'Night Bloomers'는 SBS On Demand에서 언제든지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Key Points
  • SBS TV드라마 Night Bloomers에서 주인공역 엄마 수민으로 열연
  • 한국 엘림극단에서 활동, 호주 이유극단 작품 서시에서 '시자' 역
  • 10년 넘게 원주민 미용 봉사…버우드카운슬 지원으로 다큐 제작
  • "연극은 저에게 '큰 스승님'…배역을 통해서 경험하는 게 참 많아"
웰에이징(well-aging) 시대를 맞아 새로운 인생 2막을 여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로 인한 신체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중문화와 예술계에서 시니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연기와 예술적 표현을 통해 인생의 풍부한 경험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며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호주 한인 시니어 연극인을 만나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이하 유화정 PD): 이영신 배우님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영신 배우: 네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네 반갑습니다. 먼저 청취자분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영신 배우: 제 이름은 이영신입니다. 나이는 56년생 68세이고요. 그리고 작년에 '서시'라는 연극 작품을 한 편 했어요. 그리고 '나이트 블루머(Night Bloomers)'에서 수민의 집에서 '수민'으로 나오고 또 지금은 대한문화학교에서 시 낭송 강의하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나이에 비해 너무나 젊고 아름다우신데요. (감사합니다) 특히 목소리가 너무 예쁘세요. 이영신 배우님은 앞서 말씀하신 대로 지난해 호주 공영 SBS TV(SBS VICELAND·SBS On Demand)를 통해 방영된 화제의 드라마 'Night Bloomers'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 수민의 집에서 주인공 엄마 역이죠. 수민으로 크게 부각되셨는데요. 나이트 블루머스는 호주에서 활동하는 한인 동포 감독 작가 배우들이 대거 주축이 돼 만들어진 첫 호주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특별했습니다. 처음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어요?

이영신 배우: 한국에서 엘림 극단이라는 데서 같이 연극했던 언니가 SBS에서 65세 여성을 찾고 있다면서 오디션을 보라고 해서 보게 됐습니다. 연기를 잘하시는 분이 많았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유화정 PD: 네 한국에서 연극을 하셨었군요. 오디션에서는 어떤 연기를 하셨는데 운 좋게 통과되셨어요?

이영신 배우: 오디션 때 찬송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삭제되긴 했지만요 감독님께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어요. 그리고 또 제사 지내는 장면이 있는데 아들이 소품 준비해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술하고 과일을 준비해 줬어요. 거기에서 점수를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며느리는 영어 대본인데 번역해 주었고요. 가족이 총출동했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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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Bloomers의 엄마 수민 역의 이영신 배우(오른쪽)와 딸 역의 헬렌 김 배우(왼쪽)
유화정 PD: 그러네요. 정말 총출동해서 합심해서 이루어진 일이네요. 소품까지 꼼꼼하게 챙기셨고요. Night Bloomers를 우리말로 옮기면 '밤에 피는 사람들'로 풀어볼 수 있겠는데요. 호주 한인 이민자 사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다룬 예사롭지 않은 드라마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 또 혹은 촬영 중에 벌어진 소동 같은 에피소드가 있으십니까?

이영신 배우: 수민의 집은 호러물이지만 정말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딸에게 대물림 해 주는 어떤 삼각 구도를 그리고 있는데요. 가해자임에도 가해자인지 모르고 또 피해자임에도 피해자인지 모르는 그런 문제를 다룬 작품인데 호러물로만 무섭게 비추어졌다면 정말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또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마지막 장면에서 귀신이 절 끌고 나가는 장면인데 스태프의 실수로 제가 그때 한복을 입고 나왔거든요. 치맛자락을 밟고 저를 미는 바람에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어요. 그래서 갑자기 막 울렁거리고 해서 병원에 실려가서 엑스레이 찍었는데 참 다행이게도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매일 감독님께서 집으로 전화해서 걱정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유화정 PD: 어우 그러셨어요? 촬영도 예사롭지 않았네요. 별일 없으셨다니 다행이고요. 수잔 김 감독님께서 그렇게 걱정해서 전화를 매일 주셨군요. (네) 이렇게 이영신 배우님이 몸을 던져 연기하신 'Night Bloomers'는 SBS On Demand 온디맨드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시청하실 수 있다는 말씀 청취자 여러분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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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Bloomers 5편의 주인공 헬렌 김, 이영신 배우 Source: Supplied / Night Bloomers
유화정 PD: 한국에서 연극 활동 엘림 극단에서 하셨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호주로 오신 후 바로 연계해서 연기 활동을 계속할 수 있으셨나요?

이영신 배우: 아니에요. 26년 전에 호주에 왔는데 그때는 극단 '맥'뿐이 없었습니다. 또 한국에서 연극을 했다고 제가 전화를 했는데 현재는 작품이 계획이 없다고 해서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연락이 없었어요. 한국 엘림 극단에서 활동을 했는데 호주에 와서는 또 우연히 단원을 만났어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우리 연극하자~라고 했는데 '서시' 작품이 들어와서 그 언니는 '서분'이라는 빵집 아줌마를 맡고 저는 '시자'라는 인물인데 청각장애 이모 역을 맡았습니다.

유화정 PD: 그러면 앞서 Night Bloomers 오디션을 보라고 권하신 분이 이분이세요? (네) 그렇군요. 호주에서 활동하시면서 어떤 작품들에 참여하셨나요? 최근엔 다큐도 찍으셨다고요?

이영신 배우: 작년에 서시 작품을 하나 했고요. 또 마침 나이트 브루머에 캐스팅돼서 수민의 집에서 수민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원주민 미용선교를 제가 한 10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가서 미용봉사를 했는데요. 그 부분을 좋게 보셨는지 버우드 카운슬에서 펀드가 나왔어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이번에 다큐를 찍었는데 끝냈습니다.

유화정 PD: 끝냈다는 건.. 아 이제 다큐를 다 찍었다 (다 찍었고 아직) 발표는 되지 않은 상태군요. (네) 원주민을 위한 봉사라면 구체적으로 어디에 계신 분들을 위한 거예요?

이영신 배우: 원주민 미용 선교인데 레드펀 근처 워털루 공원에서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고 저는 옆에서 헤어커트를 합니다. 원주민 그리고 중국인 러시안 또 그 외의 백인들 여러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매주 토요일 미용봉사를 한 10년 나갔습니다. 코로나 때 쉬고 지금은 이제 한 달에 한 번씩 넷째 토요일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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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노숙자 대상 미용 선교 봉사. 이영신 배우(왼쪽)
유화정 PD: 미용 선교를 시작한 건 어떤 계기가 있으셨어요?

이영신 배우: 저는 신앙인입니다. 이 나라에 살면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받은 걸 다시 돌려드리고 싶어서 사실 봉사하고 있는데요. 돌아올 때는 정말 나는 조금 주고 많이 얻어오는 그런 느낌으로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유화정 PD: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남을 위해 하는 봉사가 오히려 나에게 더 많은 행복과 기쁨을 안겨준다고요. (맞습니다) 대한문화학교에서 시낭송 강의를 하신다고 앞서 소개 말씀에서 주셨는데, 연극 무대와 시낭송 참 잘 어우러지는 예술이라고 생각이 돼요. 시낭송은 어떻게 하시게 되셨습니까?

이영신 배우: 예 맞습니다. 연극을 하니까 아무래도 그 시낭송에 연결이 되는데요. '호주한국문학' 시를 좋아하는 모임인데 시니어들이 모여서 시를 쓰고 발표를 하는 그런 모임에서 시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시낭송을 하게 됐습니다. 또 한국에서 연극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습니다. 연극을 통해서 오디션을 보고 낭송을 또 하고 싶어서 시문학회 문을 두드리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하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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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호주한국문학협회 시낭송 이영신
유화정 PD: 자연스럽게 하시게 됐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시낭송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평소 강의하시면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시는지요?

이영신 배우: 그런 얘기를 많이 물어보는데요. 일단 연습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이 읽고 암송을 하다 보면 이제 감정이 들어가거든요. 그러면 이제 감정을 가지고 높이 올릴 땐 높이 올리고 또 낮출 땐 또 낮추고 그다음에 천천히 했다가 좀 빨리 했다 이런 식으로 감정을 넣어서 연습을 하다 보면 잘할 수가 있습니다.

유화정 PD: 네 그럼 시낭송은 외워져야 되나요? 읽는 게 아니고

이영신 배우: 저는 그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 천 번 정도 낭송을 하는데 연습을 하는데요. 많이 외워야지 그 내용에 대해서 알아야지 자연스럽게 감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단 외워서 하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유화정 PD: 시낭송을 하려면 많이 외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이 말씀 들으니 얼마 전 지난 5월에 타계하신 고 신경림 시인이 떠올려집니다. 신경림 시인은 생전에 천편의 시를 외우셨다고 제가 들었는데요. 천 번을 읽어라. 완전히 외워질 때까지. 우리 이영신 님께서도 강조해주셨습니다. 제가 오늘 인터뷰에 앞서 시낭송이 가능하실까요? 라고 여쭤봤는데요.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청취자 여러분 오늘 인터뷰 말미에 기대해 주세요.

유화정 PD: 우리 이영신 배우님은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는 일을 하나도 아니고 연극 드라마 시낭송 또 미용 선교 봉사까지 서넛씩 해내시는 데는 어떤 역량이 가장 중심이 됐을까요?

이영신 배우: 저는 신앙인입니다. 또 방송에서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이시라고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화정 PD: 네 저는요. 우선 긍정적인 기운 건강 또 가족 아드님과 며느님의 성원 등으로 생각했는데 관점이 좀 다르시네요. (웃음) 연극 무대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정보가 부족하거나 또는 나이가 주저돼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한인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경험에서 얻은 조언을 주신다면 어떤 것이 될까요?

이영신 배우: 시니어 연극배우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열정에 대해서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많습니다. '서시'만 해도 84 세 되시는 배우가 계셨는데 3개월 동안 연습을 했거든요. 한 번도 안 빠지셨어요. 지금도 만나면 연극이 또 하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연극이 하고 싶으면 극단의 문을 두드리고요. 처음부터 배역이 없어도 스탶으로 여러 가지 도움이 될 게 많이 있거든요. 기회가 있을 때 그렇다면 또 배역을 얻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화정 PD: 스탶으로 여러 가지 도움이 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저는 얼른 떠오르는 게 포스터 붙이는 것이 떠오르는데요.

이영신 배우: 네 맞습니다. 포스터도 있고요. 그다음에 또 이제 배우들을 옆에서 많이 도와주는 거. 옷 입혀주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또 심부름이라 그럴까요. 배우가 움직일 수 없는 그런 어떤 자질한 일을 많이 해주다 보면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캐스팅되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호주 한인 예술 문화를 이끄는 호주 연극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계세요?

이영신 배우: 우리 교민들이 문화생활을 좀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1년에 한 번씩 연극 한 편을 본다든가 이렇게 하신다면 우리 연극을 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극 극단은 참 영세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연극을 올리고 마이너스가 됐다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렇다 보면 차츰차츰 작품을 올리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교민들이라도 유명한 사람들만 오면 보는 게 아니라 그래도 한 편씩은 1년에 한 번씩 봐주시면 우리 연극계가 밝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짧은 질문드려봅니다. 이영신 배우님께 연기 연극이란?

이영신 배우: 연극이란 '연극은 선생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배역을 통해서 경험하는 게 참 많이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나쁜 역할도 하고 또 좋은 역할도 하면 상대방도 생각하게 되고 나쁜 역할을 하면서 또 내 자신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뭐 이렇게 잔잔한 거지만 저에게 연극은 큰 스승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화정 PD: 호주 한인 시니어 연극인이자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계신 이영신 배우와의 인터뷰 끝으로 앞서 약속해 주신 시낭송 청해 듣겠습니다. 오늘 어떤 시를 준비해 주셨었어요?

이영신 배우: 네 오늘은 제가 목 컨디션은 좋지 않지만 한번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인 심순덕 시를 낭송해 보겠습니다.

유화정 PD: 시낭송 들을 땐 눈을 감고 음미하는 게 좋겠죠?

*배경 음악과 시낭송*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유화정 PD: 아우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목이 메는데요. 저도 얼마 전에 뵌 친정어머니께서 그런 말씀하시더라고요. 외할머니 보고 싶다고. 이영신 배우님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열정과 기쁨 가득한 여정 쭉 이어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영신 배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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